"회사채시장, 양극화·단기화·소액화"

"회사채시장, 양극화·단기화·소액화"

한희연 기자
2009.03.27 10:22

굿모닝신한證 "위험선호가 아닌 위험회피가 회사채 강세 주도"

이 기사는 03월27일(10:16)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봄은 오지 않았다" 최근 우량 회사채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시장여건이 호전되기는 커녕 오히려 속병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비우량 회사채는 더욱 위축되고 만기가 짧은 회사채만 인기를 끌며 발행규모는 현격하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길기모 굿모닝신한증권 크레딧애널리스트는 '회사채와 위험회피' 보고서를 통해 "역설적으로 위험선호가 아닌 위험회피가 회사채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길 애널리스트는 최근 회사채 시장의 상황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으로 묘사했다. 신용시장이 봄을 맞은 듯하지만 A등급 이상과 중단기 회사채에 집중돼 나타나는 온기라서 봄이라고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길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회사채 시장이 양극화 단기화 소액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등급과 BBB등급 사이의 스프레드가 여전히 확대되고 있고 BBB등급은 스프레드 축소가 미진할 뿐만 아니라 발행도 극도로 부진한 상태다.

회사채 발행만기도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짧아져, 2006년까지 투자등급 평균 발행 만기가 3.5년 전후였으나 지난해 말 이후에는 2.5년 정도로 줄었다. 특히 BBB등급은 발행이 부진한데다 발행 채권 만기도 매우 짧다.

양극화와 단기화는 신용위험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여전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분석이다. 길 애널리스트는 "건설부동산·해운·조선·M&A 후유증을 앓고 있는 기업 등의 과잉 레버리지 해소가 가닥을 잡지 못함에 따라 금융부문 구조조정도 지연되고 있다"며 "이런 위험요인들이 방향을 잡기 전에 위험회피 심리가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통시장 소액화 경향도 불길한 징조다. 최근 BBB등급 회사채 거래단위는 대부분 100억원 미만이고, A등급 회사채도 지난해 4분기 이후 소액거래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길 애널리스트는 "회사채 시장 강세와 단기화·소액화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며 "단기화와 소액화는 일반적으로 회사채 시장 위축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단기화와 소액화를 주도하는 곳은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협 등 서민금융기관"이라며 "이들이 부동산, 가계, 중소사업자 등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회사채 투자를 확대하면서 회사채시장 강세를 주도한다"고 말했다. 대출축소와 회사채 비중확대는 금융기관의 위험자산 비중 축소와 안전자산 선호를 방증한다는 얘기다.

전세계적인 유동성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과거 미국과 일본의 금융위기 대응을 되짚어보며, 디레버리징 전략과 신용확장 전략 중 현재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은 후자를 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정책금리를 계속 낮추고 국채를 직매입하는 등 양적완화정책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길 애널리스트는 신용확장 전략 결과에도 의문을 표했다. 정책당국은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민간부문은 지속적인 디레버리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관건은 민간부문의 신용확장 여력이라는 지적이다.

신용확장 전략이 성공하더라도 이후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 그는 "이미 심각한 과잉 레버리지 상황에서 신용확장의 성공은 또 다른 부실의 양산을 의미한다"며 "정책당국이 부실확대와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긴축정책으로 선회할 경우 이번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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