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경기갈증'과 저금리 '매실'

[내일의전략]'경기갈증'과 저금리 '매실'

오승주 기자
2009.12.09 18:02

경기회복 오매불망, 정책모멘텀이 자양제

망매해갈(望梅解渴). 매실을 통해 목마름을 푼다는 고사성어다.

중국 고전 삼국지를 읽게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다. 후한(後漢) 말엽, 고조 유방이 세운 한나라가 망조에 들며 군웅이 할거하던 시절. 조조는 군대를 통솔해 오(吳)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여름철에도 불구하고 원정에 나섰다.

수십만의 병사를 이끌고 행군했지만,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식수가 부족한 탓에 행군 도중 날씨가 너무 더워 병사들은 지치고 심한 갈증에 시달렸다. 마실 물을 찾지 못해 병사들이 픽픽 쓰려져 가는 상황. 조조는 군대에 이렇게 말했다.

"저 산부리를 넘으면 매화 숲이 크게 펼쳐져있다. 열매도 많이 달려 있다. 맛은 달고 새콤한 것을 알 터이다. 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다. 저 산만 넘으라."

병사들은 매실의 새콤하고 달콤한 맛을 떠올리며 입안에 도는 군침을 느꼈다.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전진했다. 산을 넘었으나 매실은 없었다. 하지만 고을을 만나 물을 얻을 수 있었다.

여러 버전의 삼국지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귀결이다. 하지만 원저는 중국 육조시대 유의경이 지는 세설신어(世說新語) 가운데 일화집에 등장한다. 가휼(假譎)이라고 '진짜로 가짜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붙여졌다.

뜬금없이 고전을 이야기하는 까닭은 최근 글로벌 증시 상황이 '망매해갈'과 다름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공조하에 사상유례없이 빨리 풀린 막대한 유동성의 힘에 의지해 글로벌증시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하며 더이상 진군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초 1120선에서 머물던 코스피지수도 돈의 힘을 믿으며 지난 9월 23일 장중 1723.17까지 오르는 등 54.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10월 이후 '경기갈증'을 심하게 느끼며 하락세로 전환한 뒤 1600선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갈증을 느껴도 주저앉지 않게 하고 진군을 응원하는 매실같은 존재들이 살아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을 주는 청량제가 있기에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주식대오를 이탈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정책적 모멘텀이다.

세계 각국이 경기회복을 뚜렷하게 눈으로 확인할때까지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는 굳건해 보인다. 설사 운없게 더블 딥이 오더라도 또 각국 정부가 뭔가 즉각 액션을 취할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그같은 저금리와 고유동성은 달러캐리를 만들어내며 한국 처럼 성장활력이 그래도 살아있는 신흥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정부가 살린 경기의 불꽃이 민간으로 번져 활활타오를때 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것이 문제일뿐 희망을 접을 국면은 아니다.

증시에서 수급선으로 일컬어지는 60일 이동평균선(1623.66)에 대한 지지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은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9일 코스피지수는 해외 악재에 불안해 하며 장중 한때 1609.81까지 하락하며 1610선도 내줬다, 그러나 장마감에 들어서며 상승세로 가닥을 잡고 오름세로 태도를 바꿔 전날에 비해 6.39포인트(0.39%) 오른 1634.17로 마쳤다.

특히 9일은 거래대금이 4조3725억원을 기록하며 앞선 2거래일의 3조원대 거래대금을 회복했다. 방향성에 대한 혼란은 있지만, 짧게 혼돈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심리가 피어오른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승우대우증권(61,500원 ▼1,700 -2.69%)연구위원은 "아시아 다른 증시에 비해 낙폭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은 투자심리의 위축이 크지 않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공격적인 대응은 자제하면서 IT와 자동차 같은 기존 주도업종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필요는 있다"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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