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두바이발 쇼크 때도 그렇고, 최근 급락하는 날이 금요일인 경우가 많다. 이쯤되면 ‘마의 금요일’이란 별명이 붙을 만도 하다.
공통점이 하나 있다. 급락을 이끄는 주체가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외인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 주도력을 가지다 보니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국인은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격이다.
두바이발 쇼크때 외국인이 판 선물 순매도량은 1만4273계약이었다. 중국의 지준율 인상과 미국의 금융규제안 발표로 급락했던 지난달 22일엔 외인 순매도량은 2만737계약으로 사상최대였다. 코스피200지수선물의 1계약의 실제가치가 약 1억원 정도라고 친다면 단 하루만에 2조원 넘게 팔아치운 셈이다.
19일에도 외인은 장중 4000계약 이상 순매도하면서 베이시스를 끌어내렸고, 프로그램 매물을 유발시켰다.
이날 대규모 매도공세를 펼친 외국인은 지난 22일 사상최대 매도포지션을 쌓았던 주체와 동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22일 매도포지션을 대량 쌓았던 외국인이 그동안 청산하지 않고 들고 있었고, 오늘 다시 가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에 매수포지션쪽으로 들어왔던 외국인은 이들 매도 세력과는 다른 신규 세력들이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프로그램이 이처럼 매물을 내놓자 수급균형이 깨지면서 증시가 급락했다. 프로그램 물량이 사실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었다. 이날 전체 프로그램은 362억원 매도우위였다.
적은 프로그램 물량으로도 증시가 출렁인 것은 시장에 ‘사자’ 주체가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심리가 위축돼 쉽게 매수에 가담하지 못하자 지수가 급락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으로 출구전략이 시작됐다는 우려감이 나온 것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장 초반만 해도 이를 극복하고 플러스 권으로 반등하는 듯 했다.
여기에 두바이와 북한 관련 악성 루머가 돌면서 주가가 추가 급락했다. 따지고 보면 확인되지 않은 ‘설’에 불과하고, 새로울 것도 없는 악재들이었다. 그런데도 여기에 민감하게 반응한 데는 이미 투자심리가 악화됐고, 조정의 핑계거리를 찾고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외국인의 수급에 의해 증시가 좌우되는 만큼 당분간은 외인 동향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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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모멘텀이 좋을 때는 유럽리스크나 재할인율 인상 자체가 큰 악재가 되긴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경기회복세나 이익 모멘텀이 예전에 많이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단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는지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위험자산 선호현상을 강화시킬 만한 요인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유동성 축소는 불가피해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에 저가매수세가 유입되고 있고 연기금이 매수주체로 부각되는 만큼 주가가 지나치게 빠지는 것은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실장은 "장중 퍼진 두바이홀딩스 디폴트 등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면 이날 지수하락은 과한 것"이라며 "출구전략 시행은 단기적으로 부정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부담을 사전에 차단하고 지나치게 풀어놓은 유동성을 일부 회수하려는 것을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출구전략은 미국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고 있다는 시그널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