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머니]동양종금증권 채권백서 "신용등급 퍼주기 막아야"
대한해운(2,765원 ▲130 +4.93%)은 지난 1월 25일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하기 전까지 신용평가사로부터 회사채 신용등급 BBB+를 받았다.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해운이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나서야 'D'로 등급을 낮췄다.
진흥기업(1,021원 ▼3 -0.29%)도 사적워크아웃을 시작한 뒤에야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이뤄졌고 부산저축은행도 영업정지를 당한 뒤에야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
신평사들의 뒷북 신용등급 조정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을 올릴 땐 과감하고 내릴 땐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신용등급이 기업의 위기 상황을 제때 알리지 못해 '뒷북만 친다'는 비아냥거림을 받는다. 이를 해결할 방안은 없을까.
동양종금증권은 22일 채권백서 창간호를 통해 '평가사 지정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신용평가사 2곳에서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국내 신용등급 업계는 메이저 신평사 3곳(한기평 한신평 한신정평가)이 경쟁 중이다. 발행사 입장에선 3곳 중 2곳을 아무 곳이나 고르면 된다. 신평사들은 서로 '신용등급 수주' 경쟁을 벌여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있다.
강성부 동양종금증권 채권분석팀장은 "발행사가 주는 돈으로 먹고 살기 때문에 신평사는 발행사를 섬길 수 밖에 없다"며 "현 구조하에선 신용등급 퍼주기가 구조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11월부터 석달간 신용등급이 조정된 23곳 가운데 단 4곳만 등급이 하향됐고 나머지 회사는 모두 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강성부 팀장은 "신용등급은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만큼 수수료 구조 및 평가사 지정 구조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감독당국이 신용평가사를 지정하는 '강제지정제'와 일정 기간 뒤에 신평사를 바꾸도록 하는 '순환평가제'다.
강 팀장은 "강제지정제는 신용평가사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돼 권력기관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순환평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만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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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평가제는 예를 들어 3년 이상 한 곳의 신용평가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발행사 입장에선 의무적으로 각 신평사에 번갈아가며 등급 의뢰를 해야 한다. 신평사 입장에선 수주경쟁을 벌일 필요 없이 독립적인 신용등급 부과가 가능하다.
강성부 팀장은 "잘못된 신용등급은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정보를 가진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안긴다"며 "발행사와 동등한 관계를 설립해 신용등급의 공공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