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 방호 34년…"가장 힘들게 한 사람은…"

정부청사 방호 34년…"가장 힘들게 한 사람은…"

최중혁 기자
2012.06.04 17:29

[인터뷰]정년퇴임 앞둔 김낙천 정부중앙청사 방호실장

오는 30일 정년퇴임하는 김낙천 정부중앙청사 방호실장.(사진제공=교육과학기술부)
오는 30일 정년퇴임하는 김낙천 정부중앙청사 방호실장.(사진제공=교육과학기술부)

"정부중앙청사의 산증인입니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 근무하셨으면 팡파르 울리면서 나가셔야 할 분인데…. 아직 우리 행정 시스템이 그 정도가 못 되는 거죠."

행정안전부 모 직원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수문장인 김낙천 방호실장(59)을 두고 한 말이다. 김 실장은 이달 30일 근무를 끝으로 퇴직한다. 1978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첫 근무를 시작했으니 34년만이다. 대통령이 일곱번 바뀌는 동안 거쳐간 국무총리만 30명이다.

김 실장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아침 정부중앙청사 현관에 꼿꼿이 서서 거수경례로 직원들을 맞이한다. 하루 경례 횟수만 최소 500번. 힘들만도 한데 늘 반듯한 자세에 밝고 활기찬 모습 그대로다. 고위공무원부터 9급 말단 직원까지 "아저씨 인사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면 기분까지 상쾌해진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직원들에게 '상쾌한 하루'를 선사하기 위해 김 실장은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한다. 경기도 고양 자택에서 '네번째' 버스를 타고 청사에 도착,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등청 의전에 들어간다. 오후 6시까지는 각종 행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전을, 오후 6시부터 7시30분까지는 퇴청 의전을 펼친다.

그렇다고 의전이 업무의 전부는 아니다. 2007년 실장에 오른 뒤로 의전이 주 업무가 됐지만 청사의 방호 및 안전관리도 오롯이 김 실장의 책임이다. 정부중앙청사는 하루 3000여명이 드나드는 거대 민원창구다. 청사 주변은 각종 이익단체들의 시위가 거의 매일 펼쳐지고 테러 위험에도 늘 노출돼 있다.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곧바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여건이다. 하지만 김 실장 책임 하에 지난 5년간 화재 등 기억에 남을 만한 대형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늘 조마조마하지. 후배들이 고생이야. 화가 잔뜩 나 있는 민원인들 매일 상대해야 하니까. 옛날에는 담 넘어 들어오고, 화염병 들고 들어오고 별 사람 다 있었어. 일하다 다치기도 했지. 그리고 불 날까봐 늘 불안불안해. 개인 냉난방 기구 쓰지 말라는데 건물이 오래돼서 지키기가 쉽지 않거든. 순찰을 자주 도는 수밖에…."

제일 큰 애로사항이 뭐냐고 물어보니 '뜨끔한' 대답이 돌아온다. "기자님들이 제일 문제야. 우리랑 맨날 싸워. 출입증 없으면서 마구잡이로 들어오려고 하지, 주차 아무 데나 하지, 골치 아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어. 옛날에는 우습게 보고 멸시하는 사람들이 많았거든. 그런데 요즘은 안 그래. 자기 할 일만 묵묵히 열심히 하면 따가운 시선은 안 받아도 돼. 제복 낡으면 잘 바꿔주고 혜택도 많아졌어. 더 이상 바라면 안 되지. 국민들이 세금 더 내야 하는데…."

김 실장은 다음달 방호 제복을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아내와 함께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천주교 신자인 아내에게 그 동안 고생의 보답으로 로마 교황청을 꼭 보여주고 싶단다. 그후 고양 집에서 텃밭을 가꾸고 살 계획이다.

끝으로 김 실장은 후배들을 걱정하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나는 실장까지 해 보고 복 받았는데 후배들이 걱정이야. 방호 업무를 민간에 위탁한다는 얘기가 있더라고. 직원들이 동요되지 않게 윗사람들이 신경 좀 써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 얘기도 꼭 써줘. 김황식 총리님이 방호실 직원들 전부 따로 모아서 두 번이나 밥을 사주셨어. 선물도 주고. 그런 대접은 처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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