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적 목적의 연기금 규모가 확대될수록 연기금에 적립된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는가가 기금 목적의 달성과 국민 전체의 후생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점에서 기획재정부는 기금운용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로 2000년부터 기금평가를 실시해왔다.
그런데 최근 감사원의 기금평가 체계 감사 결과가 공시되었다. 물론 필자는 전문성이 부족한 감사원이 기금 감사를 적절히 시행하지 못하여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견해에 동의하지만, 감사 결과는 차제에 기재부의 기금평가체계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기재부가 기금평가위원이나 담당 민간기관에 대한 감독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하였음을 지적하였다. 이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기재부가 설정한 기금평가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간과하고 평가의 상당한 문제점을 일부 권한만 위임받았을 뿐인 민간의 문제로 돌린 듯한 인상이 있다.
현재 기재부의 평가 체계는 기재부의 권한 확대나 정책적 수단으로 오용될 소지를 갖고 있다. 그것은 기재부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다음과 같은 평가 기준의 문제점에서 확인된다. 첫째, 기재부의 평가 체계는 평가자인 기재부가 스스로를 가장 우월한 자산운용자로서 평가하는 매우 우스꽝스러운 체계이다.
기금평가지침에 의하면, '연기금투자풀에 위탁 관리하는 경우 위탁금액에 대해서 자산운용정책의 적정성 및 자산운용관리의 효율성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하도록 되었다. 따라서 기금이 자금을 전액 투자풀에 투자하면 평가 비중이 18%인 동 항목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점수가 절실한 기금이 투자풀에 투자할 유인이 있음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 결과 펀드 투자가 적절하지 않은 일부 기금이 투자풀에 자금을 운용하여 성과가 저해되는 왜곡까지 발생하고 있다. 2011년 기금운용평가보고서는 사업성기금의 투자풀 예탁 증가를 기금운용체계가 개선된 증거로 보고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과연 투자풀 운용성과를 어떻게 평가했기에 투자풀 예탁만 증가해도 해당 기금의 운용체계가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는지 알 도리가 없다.
둘째, 일부 평가 항목은 기금 자체의 목적보다는 기재부의 정책적 목적이 반영된 듯 보인다. 평가 항목 중 하나는 이른바 '공공성 확보 노력도'인데, 그 평가 기준은 녹색금융을 포함한 신성장동력 펀드 등에 대한 투자규모로 설정되어 있다. 공적 연기금이 수혜자를 위해 운용하는 것 자체가 공공성에 부합하는 것일 터인데, 과연 특정한 자금배분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 공공성에 더 부합하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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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기재부 기금평가 기준의 전문성이 확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가령 기재부는 자산을 단기와 중장기 자산으로 구분하고, 각각을 절대수익률 및 상대수익률로서 평가하는 계량적 기준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동 평가 기준에는 기금운용 성과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인 전략적 자산배분에 대한 평가는 고려되고 있지 않다. 더구나 각 기금의 부채성격을 감안하지 않는 절대수익률 평가는 평가 체계의 전문성을 의심치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복지 등 국민후생 증대의 차원에서 연기금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하여 재정적자에 대한 경계심이 큰 상황에서 연기금 역할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공공 연기금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현재 기재부의 기금평가체계는 기준이나 평가과정에서의 투명성이 결여됨으로써 기재부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었다는 의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금평가의 전문성도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하겠다.
연기금은 주인이 없는 돈이 아니라 해당 목적에 맞는 수혜자인 국민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며, 그러기에 정부는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기금운용이 이루어지도록 감독할 책임이 있다. 그런 점에서 기재부가 '생선 앞의 고양이'로 오인 받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기금평가 제도를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기재부의 업무를 견제하고 그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역시 요청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