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사업하는데 사건 다루듯 대하면 더 힘들어집니다." 얼마 전 만난 코스닥 업체 대표는 코스닥 기업에 애정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코스닥 시장은 10년째 부진의 늪에 빠져 지수 500대를 벗어나지 못해 구원의 손길이 절실한 상태다.

헤지펀드에는 그 어느 투자처와 비교해도 코스닥 시장만큼 이익을 내기 쉬운 곳이 없을 것이다. 그들의 가장 기본적인 기법인 '롱숏' 전략만 써도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일반투자자는 차치하고라도 성장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규제를 감수하고 상장한 기업들에는 죽을 맛이다. 실적이 탄탄하더라도 코스닥의 부정적인 평판 리스크로 인해 상장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
코스닥의 서글픈 추억은 성장둔화기에 들어선 한국 경제에도 반면교사가 될 법하다. 코스닥이 침체된 원인을 분석하면 미국과 유로권이 걱정하는 '잃어버린 10년'을 피하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때 일본이 오랜 불황을 겪은 것에 쓴웃음을 보내던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이제 자신들이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불길한 시나리오를 한국이 맞닥뜨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머니투데이 증권부가 '코스닥 체질개선 프로젝트' 기획을 진행하면서 마련한 좌담회에서각계 전문가는 코스닥의 부진을 무엇보다 대형 우량기업 부재에서 찾았다. 시장이 활기를 띠지 못하는 것은 1차로 투자자들이 몰리지 않은 때문인데 그만큼 매력적인 상품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사실 큰손으로 불리는 연기금 등 기관들은 코스닥시장에서 포트폴리오에 담아둘 만한 기업이 마땅치 않다고 한다. 결국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시장신뢰도는 더 떨어지고, 투자자와 기업들은 다시 이 시장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진행된다. 그 사이 일부 기업의 불공정거래 등은 시장의 평판을 깎아내린다.
왜 코스닥엔 큰 기업들이 보이지 않을까. 급성장한 기업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규모가 10배 큰 코스피 시장으로 떠나버리고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NHN과 KTF 등이 코스피로 이전했고,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들은 상장 때 아예 코스닥을 외면한다. 이미 코스닥에 입성한, 작은 기업들은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이 좀처럼 대기업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것처럼 '점프 업'에 힘이 부친다.
이를 우리 경제 전반으로 확장해 보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더 늘어나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성장세를 기대할 수 없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크고 우량한 기업을 키우는 게 경제성장에 긴요한 과제인 셈이다. GE, IBM, 인텔, 코카콜라 등 해외 유명 기업 본사를 국내로 유치하기란 국내에서 대기업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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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노력 못지않게 현행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주는 정책적 배려도 절실하다. 전체 '파이'는 늘리지 않은 채 기존 이익만 재배분하는 방식으로 작은 기업을 돕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통해 경제의 축소균형은 맞출지언정 확대균형은 불가능하다.
아울러 한국판 페이스북이 나올 수 있도록 청년벤처 창업을 활성화하도록 하는 것도 매력적인 기업을 배출,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이는 코스닥이 상실의 10년을 다시 경험하지 않는 길도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