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레이어요? 커머셜뱅크(상업은행)는 당장 어려울 수 있어도 자산운용사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운용사는 수익률만 잘 내도 전세계 투자금이 몰려들 수 있으니까요."
최근 만난 증권사 고위관계자의 이야기다. 많은 이가 한국은 경제규모에 비해 국제무대에 내놓을 만한 금융사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하곤 하는데 자산운용사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이나 증권사는 굴지의 글로벌 IB(투자은행)에 비해 네트워크나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부족하고, 레퓨테이션(명성)을 쌓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는 게 현실이다. 그에 비해 운용사는 비록 규모가 작더라도 운용능력이 뛰어난 인재만 확보한다면 글로벌 운용사와 겨뤄볼 만하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다. 과거 운용실적인 '트랙레코드'(Track Record)가 쌓여야 한다. 국내 주식투자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이머징마켓 등 전세계 주식에 투자해 일정 수준 이상 성적을 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해외로 보폭을 넓히는 국내 운용사들은 연기금에 아쉬움을 내비친다. 수조 원의 '실탄'을 갖고 있는 연기금이 해외투자를 할 때 항상 외국계 운용사에 자금을 위탁한다는 것.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올 들어(6월말 기준) 해외주식 위탁운용 규모는 22조4666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원 불었으나 해외주식 위탁운용사 33곳 중 국내 운용사는 단 1곳도 없다. 반면 국내주식 위탁운용(30조2578억원) 시 외국계에게도 자금을 주고 있다.
물론 국내 운용사에 무턱대고 자금을 맡겼다가 운용수익률이 저조할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이냔 반론이 나올 법은 하다. 하지만 해외 현지법인을 둔 국내 운용사의 해외펀드 운용수익률을 보면 외국계 운용사 못지않다.
한국투자공사(KIC)가 최근 중국 본토주식에 투자하면서 미래에셋운용에도 자금을 위탁한 것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KIC는 지난해에도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에 중국 본토주식 투자를 맡겼다.
국내 운용사가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면 과실은 결국 국내에서 챙긴다. 본격적인 노령화 시대, 금융자산이 나날이 불어가는 상황에서 실력 있는 운용사가 곧 '국부지킴이'란 인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