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중 7개 꼴로 역외펀드·외국계 재간접 펀드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해외 채권형펀드로 자금이 몰리면서 외국계 운용사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해외 채권형펀드 10개 중 7개가 외국계 운용사와 관련될 만큼 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때문이다.
26일 자산운용업계 및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해외 공모형 채권형펀드 73개 중 35개가 외국계 운용사가 내놓은 펀드였다.
또한 국내 운용사가 역외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16개여서 사실상 51개(70%)가 외국계 펀드로 분류된다. 나머지 22개는 국내 운용사가 직접 만든 것으로, 이중 15개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였다.
펀드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모펀드를 둔 '포장만 다른' 상품도 등장했다. 이는 해외 채권 투자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몰리자 급조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채권형 펀드 인기가 높아진 것은 올 들어 유럽발 재정위기로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분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22일 기준 5조732억원을 기록했다. 5년전(1조8138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지난해말(3조2351억원)에 비해 56% 증가한 규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운용사와의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국내 업체가 해외채권을 직접 운용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며 "수수료를 이중으로 내야 하는 구조이긴 하지만 '펀드 오브 펀드'로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제시하는 게 그나마 최선"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해외사업을 진행한 미래에셋을 제외하면 글로벌 지점 및 네트워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운용 인력도 미래에셋운용(15명)을 제외하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해외 채권형펀드를 역외펀드에 의존하는 일부 운용사들은 주식형을 포함한 글로벌 재간접펀드를 몇 사람에게 맡기곤 한다.
업계는 해외 채권형펀드가 많이 팔릴수록 결국 외국계만 수혜를 본다고 걱정한다. 사실 해외 주식형펀드가 각광받던 2007년에도 국내 운용사들은 역외펀드 복제에 급급하며 시장 주도권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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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내 운용사들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수년간 주식형펀드가 부진했던 와중에 블루오션으로 꼽혔던 해외 채권형 시장에 대한 대비를 못했다는 것이다. 한 운용사 임원은 "하이일드펀드 등은 현지에서 보다 심도있고 넓은 분석이 필요하기에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국채 위주로 투자한다면 충분히 트랙레코드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며 "현재 채권형펀드를 찾는 예금자들이 원하는 '금리+알파' 정도의 수익률을 맞춰 나간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 채권형펀드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여전히 높다. 총 설정액이 5조원 수준으로 절대적인 규모가 여전히 작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식형펀드 버블 논란이 일었을 때 총 자산이 70조원 규모인 것을 고려하면 해외 채권형 펀드 투자 열기를 버블이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국내 운용사들이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인데 현재 구도라면 외국계 운용사들만 이익을 챙긴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