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는 4분기 이후될 듯, 신흥국 자본유출·그레이트 로테이션에 '조정' 불가피
"모든 길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닿아 있다." 최근 한국은 물론 신흥시장국의 주식과 채권, 통화 등이 '트리플 약세'에 시달리고 있다. 아베노믹스 기대감이 식은 일본 증시는 랠리를 접고 침체장에 들어섰다. 글로벌 금융시장 급변 뒤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자리 잡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의회 합동 경제위원회에 출석해 '자산매입 축소(tapering)'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유동성 파티가 파장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때 맞춰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양적완화의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도 혼란을 부추겼다. 시장의 눈은 오는 18~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향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양적완화 축소(출구전략)의 윤곽이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출구전략, 4분기는 돼야"=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 금리가 빠르게 상승해 채권 시장에 악재가 될 것"이라며 "채권 버블이 꺼지면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대이동(그레이트 로테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금리상승 초기 증시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출구전략의 파장이 간단치 않겠지만 실행시기는 올 4분기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 연준은 '실업률 6.5%, 물가 상승률 2.5%'라는 조건이 충족될 때 출구전략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는데 미국의 5월 실업률은 7.6%,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1%로 아직 이 조건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3분기에 출구전략이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시기에 미국의 내년 예산안 및 연방정부 부채한도 인상 논의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조기 출구전략 실행 가능성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출구전략 실행이 3분기로 당겨지더라도 채권시장이 지난달 초부터 그 우려를 선반영한 만큼 큰 혼란을 야기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매크로 팀장은 "설령 3분기에 출구전략이 시행된다 해도 최근과 비슷한 흐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저효과 등을 고려하면 미국과 중국 경기가 3분기에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호전이 양적완화 축소 영향을 어느 정도 희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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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국 위기 맞나= 미국의 양적완화는 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를 의미한다. 이에 맞춰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으로 되돌아가면 신흥시장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과거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신흥국의 재정여건이 개선돼 외환위기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다만 신흥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 출구전략 실행 때 미국 주식이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당겨진다고 해서 굳이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이는 곧 미 경제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적완화 이후 시장 분할로 채권 시장에 비해 주식시장이 결코 비싸지 않다"면서 "미 국채 금리가 3% 아래에서 장기간 안정된다면 그레이트 로테이션 발생으로 주식시장이 폭발력을 가지고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