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턴 글로벌채권펀드도 원화채 비중 줄여…불안감 커지자 국내 기관도 매도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공식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기채 매도, 단기채 매수로 돌아서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투자자인 '템플턴 글로벌채권펀드'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원화채권 비중을 줄여 자칫 대규모 외국인 자금 이탈이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직후인 지난 20일부터 국내 채권현물시장에서 외국인은 6712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FOMC 전 관망세를 보였던 지난 18일(649억원)과 19일(1871억원)보다 매수 규모가 오히려 늘었다.
외국인 채권보유 잔액도 소폭 증가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기준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잔액이 100조2026억원이라고 집계했다. 이달 중순 국채 만기 당시 상환금이 빠져나가면서 잔액이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재투자가 이뤄지면서 100조원대를 회복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최근 외국인 투자가 단기채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일의 경우 만기가 3년 이하인 단기채 순매수 규모가 5400억원에 달한 반면, 3년 이상 장기채는 74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달 3일 이후로 봐도 단기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외국인은 만기 2년 이하 단기채는 3조1157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2년 이상 5년 이하 채권은 249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풍향계가 언제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현금화가 어려운 장기채를 매도하고 유동화가 쉬운 단기채를 매수하도록 유도한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단기채 비중이 커지는 것은 외부 충격에 그만큼 취약해진다는 얘기"라며 "최근 외국인의 국내 채권보유 잔액 100조원 돌파 당시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자찬한 것도 단순히 전체 규모가 늘었다는 것보다는 장기채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최근 외국인의 단기채 쏠림현상이 각국 중앙은행의 이탈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보통 금리차익과 함께 환율변동에 따른 추가수익을 노리는 채권펀드의 경우 주로 단기채에 투자하는 반면, 외환보유액 다변화와 장기적인 펀더멘탈을 중시하는 중앙은행은 장기채를 매수한다는 점에서다.
외국 중앙은행의 이탈이 확인되는 경우 시장 투자심리에 미칠 영향이 적잖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달 들어 가속화된 국채선물시장의 외국인 자금 이탈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자신감을 보였던 데도 외국 중앙은행에 대한 믿음 덕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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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증권사 채권담당 연구원은 "외국인의 채권보유 잔액이 유지되고 있다는 게 '달콤한 독약'이 될 수 있다"며 "겉모습에 취해 속내용을 간과했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채권펀드 이탈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동향에 민감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동조 움직임을 보일 경우 시장 불안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미국 템플턴 글로벌채권펀드의 한국 비중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줄곧 14%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20일 11.23%까지 줄었다. 룩셈부르크 템플턴 글로벌채권펀드의 원화채 보유 비중도 1∼5월 16%대에서 이달 20일 13.04%로 줄었다.
이미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이에 동조하는 신호가 포착된다. 이날만 해도 증권사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장기물 손절 물량을 대량 쏟아내면서 국채 10년물 금리가 전날보다 17bp(0.17%포인트) 급등하는 등 시장 약세가 이어졌다. 국채 5년물과 20년물, 30년물은 모두 16bp씩 올랐다.
반면 국채 3년물 금리 상승폭은 10bp로 상대적으로 작았다. 최동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심리가 깨진 상황에서 손절이 손절로 이어졌다"며 "특히 장기채 매도물량이 시장 하락세를 주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