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회사채에 평생 모은 2억원 투자…"괜찮다는 남편 볼 낯이 없어요"
"심장이 떨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숨도 안 쉬어져서 코를 손으로 잡고 심호흡했어요."
강원도 강릉에 사는 주부 김신자씨(가명·55)는 30일 아침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고 난 뒤 켜놓은 TV를 보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뉴스 속보로 설마 했던 '동양그룹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자막이 나오고 있었다. 김씨는 노후자금과 막내아들 결혼자금 등 평생 모은 돈 2억원을 동양 회사채에 투자했다.
처음부터 2억원씩이나 되는 돈을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2000년대 중반 동양증권이 종합금융업(종금) 면허를 갖고 있었을 당시 인기가 높았던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가입했던 게 계기가 돼 조심스럽게 500만원을 채권에 넣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동양증권 담당 직원은 누구보다 살가웠다. 몇 번 거래가 오가고 얼굴이 익자 명절마다 선물을 보내오고 좋은 상품이 나왔다는 전화도 해주는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본격적인 회사채 투자를 권유받은 것도 그 때쯤이었다. "별 설명 없이 회사채는 안전하니 시작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그래도 미심쩍어 1000만원 정도만 넣었죠."
1년이 지나고 받은 이자를 계산해보니 욕심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동양은 그동안 7~11%대의 고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다음해 1월 발행한 1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11.5%에 달했다. 시중 은행금리의 3배에 가까웠다.
동양 회사채 1년 6개월물에 5000만원을 만기까지 투자했을 경우 이자소득세 15.4%를 제하고 매달 18만원씩 총 334만원을 받게 된다.
그래도 2000만~3000만원 투자한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딸이 결혼하고 평수가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목돈이 생겼다. 어차피 1~2년 뒤면 결혼할 막내아들을 생각하면 오래 묶어둘 순 없는 돈이었다. 고민 끝에 평소 친절했던 증권사를 찾아가 상담한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김씨는 이달 초 동양그룹 위기설이 나오면서부터 관절염 치료차 다니던 병원도 끊었다. 집안일도 손에 안 잡혀 온종일 인터넷으로 관련 기사만 검색하기 일쑤였다. 추석 연휴 전후로 동양그룹이 오늘 내일 한다는 얘기가 들리면서 체중이 열흘새 5㎏ 넘게 빠졌다.
적잖은 돈을 위험자산에 투자한 사람이 문제라는 얘기도 가슴이 아프다. 50 평생 살림만 하면서 남편이 벌어온 돈을 안 입고 안 먹으면서 모았는데 믿고 맡긴 전재산이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답답함도 답답함이지만 죄책감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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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정년이 좀 남았으니 또 벌면 된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볼 낯이 없어요. 남편이 다른 일로 한숨을 쉬어도 나 때문인가 싶어 가슴이 저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