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50% 축소 조직슬림화 이어 2단계 개혁…금융업 리스크 우려 재점검
황창규KT(60,800원 ▲1,100 +1.84%)그룹 회장이 비주력 금융 계열사 매각을 검토하면서 KT 2단계 개혁의 윤곽이 조심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전임 CEO(최고경영자)가 검찰 수사를 받고 계열사들의 잇따른 사고가 터져 나오는 중에 취임한 황 회장은 일단 삼성 출신의 인재들을 영입해 주요 실무 경영진을 물갈이 했고 취임 석 달 만에 다시 방만해진 계열사들을 찾아내 옥석을 가리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비주력 금융사들을 매각 검토대상에 놓고 가부를 평가한 것도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비전문적인 것은 포기한다'는 경영자적인 기본 철학을 반영한 판단으로 보인다.
황창규 회장이 취임 후 시작한 개혁 1단계는 조직 슬림화로 정의할 수 있다. 그는 취임 인사가 무색하게 곧바로 22개 조직을 9개 사업 부문으로 통폐합했다.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지휘체계를 단순화한 것. 대신 컨트롤타워격인 미래융합전략실을 신설해 각 사업 부문과 계열사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조직 개편과 더불어 대규모 인사도 실시했다. 본사의 전체 임원(상무급 이상) 수를 130여 명에서 100명 안팎으로 축소하고 특히 인사·재무·총무·기획·지역본부 등 지원조직의 임원급은 50% 이상 덜어냈다.
황 회장이 보여준 인사코드는 ‘기본(통신)으로 돌아가자’ 노선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이다. 이석채 전 회장 당시에는 탈(脫) 통신의 기치가 우대를 받았고 KT는 계열사를 확장하면서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들이 주요 부서를 장악했다. 하지만 황 회장 휘하에서는 이들이 대부분 퇴진했고 오래전부터 KT에서 일했던 통신 전문가들을 중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로 개편된 9개 사업 부문의 신임 부문장들 대부분은 KT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KT맨'으로 평가된다.

통신에 역량을 다시 집중하자는 황 회장의 모토는 이번 금융 계열사 매각 검토로 한층 확고해진 것으로 보인다. KT렌탈과 캐피탈, BC카드 등은 대부분 이석채 전 회장이 재임하는 기간 동안 몸집이 불어나거나 새롭게 계열사로 편입된 금융사들이다. 이들 중에는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우량회사도 있고 통신업과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해 시너지가 상당한 회사도 있다. 그러나 이들을 무탈하게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능력이 KT에 충분한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게 황 회장의 판단으로 보인다. 최근 고객 정보 유출과 KT ENS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에서 드러났듯 이들 금융사를 방만하게 유지하는 것은 KT의 통신 본업을 위협하는 잠재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내부 정비를 어느 정도 마친 황창규 회장이 비통신 계열사를 살핀 것은 2단계 개혁안으로 평가된다. 황 회장은 계열사를 포함해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불필요한 사업이나 수익이 나지 않은 부대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던 원칙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그룹 구조조정을 통해 핵심역량을 통신 시장에 집중할 경우 SK텔레콤에 이어 2위에 머물고 있는 무선통신이나 데이콤 등 후발주자에 쫓기고 있는 유선통신 시장에서 다시 한 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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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KT는 금융 계열사들과 더불어 부실 계열사의 통폐합도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5개 계열사 중 2012년 기준 적자를 기록한 계열사는 15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KT 내부에서는 KT에스테이트와 KT클라우드웨어, KT엠엔에스 등의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KT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이 강조했듯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 1~2년간은 선택과 집중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