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문난 잔칫집에 먹을게 없다

[기자수첩]소문난 잔칫집에 먹을게 없다

정인지 기자
2014.04.27 14:45

올해는 유독 펀드 관련 뉴스가 많았다. 3월에는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가 출시됐고 이달에는 펀드슈퍼마켓인 펀드온라인코리아가 문을 열었다. 다음달에는 배당과 이자소득에 대해 5000만원까지 분리과세가 되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본격적으로 나올 전망이다.

현재 출시돼 있는 펀드도 적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모펀드는 총 3300여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펀드시장이 상당히 활기차고 풍성하게 느껴지지만 정작 금융투자업계에는 펀드시장 축소에 대한 위기감이 끊이지 않는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 근처에만 다가서면 환매가 지속되고 자산운용사들은 운용할 자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펀드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들이 나오긴 했지만 어중간해서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대표적으로 업계가 크게 기대했던 소장펀드는 가입 대상을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로 한정한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연소득이 5000만원이라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소득세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받는 월급은 360만원이 채 안 된다. 여기에 생활비, 보험비, 교육비, 주택 마련을 위한 대출 상환 자금 등을 고려하면 투자 여유자금은 미미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계의 월평균 지출은 326만2000원이었다. 세제 혜택만 보고 최소 5년간 자금이 묶이는 펀드에 돈을 붓기엔 재정적 여력이 많지 않다.

실제로 소장펀드는 출시 한달간 15만8451계좌가 설정되는 데 그쳤다. 자금은 243억6000만원이 들어왔다. 한 계좌당 15만원이 들어온 셈이다. 연말정산 시기가 다가오면 설정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산운용사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소장펀드 가입이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가입 기간을 연장하려면 정부와 협의하는데만 1년 이상이 걸릴텐데 당장 지금부터 나서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펀드온라인코리아는 기존 판매사보다 싼 수수료를 앞세우며 지난주 개장했지만 독립자문업자(IFA) 허용이 늦어지면서 흥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펀드온라인코리아는 말 그대로 '장터'일 뿐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900여개의 펀드를 일일이 비교, 분석하기란 어렵다. 어떤 펀드의 운용 보수가 싸고 성과가 좋은지 슈퍼마켓의 '전단지'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IFA가 아직 없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펀드만을 위한 IFA부터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연내 IFA의 등장을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혜택이 추가되면서 겨우 출시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 펀드는 총 자산의 30%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이나 코넥스시장 상장 주식에 투자하면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장펀드와 같은 시기에 출시가 가능했지만 투자 매력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기업공개(IPO) 및 유상증자 공모주의 10%를 우선 배정하는 혜택이 추가됐다. 이 혜택은 오는 5월 출시되는 펀드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도 소장펀드처럼 세제지원이 한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채권은 3~5년 장기투자가 기본인데 세제 혜택이 끝난 이후에도 투자자금 유지가 가능하겠느냐"고 우려한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더니 뉴스는 끊이지 않는데 투자자들의 마음을 동하게 할만한 대박 상품은 없다. 펀드는 장기 분산 투자를 유도해 중산층들의 자산 형성을 돕는 가장 기본적인 금융상품이다. 소득규모, 가입시기 같은 제한 없이 투자자를 금융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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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지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인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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