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깨진 재테크 공식…"복리마법 더 안통해"

초저금리 시대, 깨진 재테크 공식…"복리마법 더 안통해"

김성은 기자
2015.08.25 03:30

[수익률 1%의 전쟁]"시간의 법칙·복리의 마법 등 더이상 안통해…은행, 자산증식 기관은 '옛말'"

#60대 고액자산가 A씨는 최근 정기예금에 돈을 넣으려 은행을 찾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3개월보다 6개월 만기 상품의 금리가 더 낮았던 것. 만기가 1년 이상인 예금 상품을 살펴보니 2년과 3년 만기의 예금금리와 별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A 씨는 "돈을 오래 맡길수록 금리를 더 주는게 상식인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며 "금리도 너무 낮고 오래 맡겨도 메리트가 없어 예금에 가입하지 않고 좀더 고민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기존에 통용되던 재테크 공식이 깨지고 있다. 무엇보다 은행의 단기 예금금리가 장기 예금금리와 같거나 오히려 높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으로 은행연합회에 고시된 시중 예금금리를 살펴보면 장단기 예금금리가 역전된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광주은행 KJB스마트정기예금은 3개월 만기 상품의 금리가 1.45%인 반면 6개월 만기 상품의 금리는 1.43%로 오히려 0.02%p 더 낮았다. 또 2년 만기 상품의 금리가 1.60%로 3년 만기 상품의 금리 1.53%보다 0.07%p 더 높았다. 장단기 상품의 금리가 차이가 없는 상품도 있었다. 우리은행 키위정기예금은 1년과 2년 만기 상품 모두 금리가 1.45%로 동일했다. 한국씨티은행 프리스타일 예금 역시 2년과 3년 만기 상품 모두 금리가 1.40%였다.

이처럼 장단기 상품의 금리가 역전되거나 같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금리 향방이 모호해지면서 은행이 선뜻 장기상품에 고금리를 주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금리 인상 기대감이 낮아지고 오히려 추가 금리 인하 전망까지 대두되면서 오래 맡기는 자금에 더 높은 금리를 주기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장단기 국채 수익률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21일 기준 국채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차이는 0.547%포인트(54.7bp)였다. 두 달전 0.75포인트 넘게 차이가 났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축소된 상태다. 그 사이 유가 하락과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우려 등이 겹치면서 장단기 금리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통상 향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될 때는 장단기 수익률 격차가 줄어들면서 채권 만기와 수익률의 관계를 보여주는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게 된다. 이는 장기 채권일수록 자금이 오래 묶이는 유동성 위험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다는 유동성 프리미엄설에 위배되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앞으로 크게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금리가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어 금리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장기 예금금리를 높게 줘 은행이 리스크를 부담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고객들의 수요도 특판 단기 상품에만 몰리고 있어 장단기 금리 차이가 없어지거나 오히려 역전되고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도 향후 경제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돈이 오래 묶이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은행과 고객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단기상품으로만 자금 유입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씨티은행이 간판상품으로 내놓은 '참 착한 플러스 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로운데도 최고 연 1.70%의 금리를 줘 오히려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다. SC제일은행의 수시입출금식 '마이플러스 통장' 역시 예금의 평균잔액 조건만 충족하면 최고 1.70%의 금리를 제공한다.

초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깨진 또 다른 재테크 상식은 '복리의 마법'이다. 복리의 마법이란 오래 투자할수록 수익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문제는 금리가 너무 낮다 보니 수익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뛰어 오르는 기간이 너무 길어져 일생 동안 복리의 마법을 누리기가 극히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과거 예금금리가 연 6%(복리기준)일 때는 이자로 원금이 두배가 되는데 걸리는 기간이 12년이었다. 예금금리가 연 1.5%로 낮아진 현재는 원금이 두 배가 되는데 이보다 4배 더 긴 48년이 걸린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25세 때 돈을 은행에 넣어뒀다면 73세가 돼야 원금만큼의 이자를 손에 쥘 수 있다. 적금은 매달 적립액에 연 1.5%의 금리가 붙는 만큼 원금이 2배가 되는 기간이 훨씬 더 길어진다. 알뜰하게 저축해도 돈이 확 불어나는 '복리의 마법'을 일생 중에 경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변정혜 신한금융투자 투자자산전략부 연구원은 "저성장에 따른 저금리가 기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동안 은행이 지녔던 자산 증식의 기관으로서 의미가 퇴색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금을 지키면서 은행 금리보다 좀더 높은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수익형 부동산이나 중위험·중수익 금융투자상품 쪽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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