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우버·테슬라 키우려면 자본시장 과세 대대적 손질 필요해"

"한국판 우버·테슬라 키우려면 자본시장 과세 대대적 손질 필요해"

대담=송기용 증권부 부국장, 정리=전병윤, 김훈남 기자, 사진=이기범
2018.12.10 04:00

[머투초대석]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거래세 페지·자본이득세 도입으로 혁신기업 자금줄 강화…장기투자 세제지원도 필요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이기범 기자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이기범 기자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해야 고령화·저출산 사회에 대비하고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본시장 세제를 과감하게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난 2월 제4대 금융투자협회장에 취임한 권용원 회장(사진)은 "세제가 단순히 세금을 걷는데 그치지 않고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궁극적으로 투자자 손익과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징수하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주식·채권·파생으로 수익을 거둔 만큼 세금을 내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기투자펀드에 대해선 세제 혜택을 줘야 자본시장 발전뿐만 아니라 국민의 재산증식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취임 10개월간 자본시장에 대한 정관계 인식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정부가 최근 역대 최고수준의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추진 중이고 여당과 야당 모두 자본시장의 중요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우리 자본시장 발전은 매우 희망적"이라고 진단했다.

-취임 10개월이 지났는데,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자본시장 혁신과제는 12개 항목 하나하나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공·사모 기준을 청약 권유자에서 실제 투자자로 변경하거나 기관투자자는 사모투자 산정 시 제외하고, BDC(비상장기업투자전문회사) 도입, IPO(기업공개) 주관사의 공모주 배정 자율성 확대, 신규 사업 인허가 기준 완화 등 그동안 금융투자업계가 요구해온 진취적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자율성을 최대한 주되 결과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지라는 게 금융당국 요구입니다. 여기에 국정과제 5대 특별위원회에 자본시장활성화 특별위원회가 있을 만큼 매우 적극적인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무적인 일입니다.

-당국이 자본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자본시장의 경제·사회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초 금융위원회의 자본시장 혁신과제 발표 후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금융위가 연초부터 자본시장 혁신안을 마련했고 금융투자업계 전문가와 학계에서도 토론과 회의에 동참했습니다. 정부가 개혁안을 내놓으니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시대적 소명이기도 합니다. 과거 제조업은 공장 부지나 설비를 담보 잡아 은행 대출로 성장했지만 오늘날 테슬라, 우버 같은 혁신기업은 담보 잡을 게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산업은 모두 투자시장에서 자금을 수혈해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 성장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본시장이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삼성증권 배당금 지급 오류 사고와 골드만삭스의 무차입공매도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본시장 육성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일인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무차입공매도는 금융투자업계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막아야 합니다. 무차입공매도는 시장에서 논의를 거쳐 하지 말자고 한 신성한 약속입니다.

삼성증권 착오주문 방지체계에 대해선 회원사 논의를 거쳐 모범 규준에 반영해서 발표했습니다. 사고가 나면 사후약방문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최대한 예방해야 합니다. 협회에 금융투자업 혁신협의체를 가동시켜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이기범 기자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이기범 기자

-증권거래세 페지와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협회의 의견은 무엇인가요.

▶세제는 경제주체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현행 세제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주식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이 평가액 15억원에서 2021년에 3억원으로 낮아집니다. 예를 들면 2억원씩 5개 종목에 10억원을 투자해 이익을 냈을 경우엔 세금 한 푼 안 내고 3억원을 한 곳에 투자해 이익을 내면 세금을 내야 합니다. 후자에만 과세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또 해외펀드는 직접 투자와 달리 배당소득세를 내고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마저 적용받습니다. 왜 펀드 투자가 직접투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하나요.

이처럼 과세 체계가 복잡하고 천차만별이어서 조세 중립성이 어긋나는 일이 많습니다. 세율을 단순화해 모든 자산의 이익을 합쳐 수익이 난 부분에 대해 과세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손실이 난 부분을 다음 해로 넘겨 손익 계산 시 차감(손실이월공제)해줘야 하고요. 이게 선진국형 자본시장 과세 체계입니다.

자본시장이 발전한 국가 중 우리처럼 증권거래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매기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지금 구조에선 연말을 앞두고 양도세 회피를 위해 평가액을 줄이는 대량 매물로 시장을 왜곡하는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중 부동자금을 투자시장으로 끌어들이려면 투자자들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과세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외국인 매도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취약성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보완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내외 악재에 국내 증시를 지지하는 2개의 버팀목은 장기투자문화와 적극적인 기관투자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투자문화를 조성하려면 세금우대증권저축의 일몰기한을 연장하고 수혜범위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왕성한 생산 활동 기대 계층까지 확대하는 과감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매년 축소하고 있습니다. 투자대상의 다변화란 측면에서는 공감하지만 연기금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감안할 때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기에 기금형 퇴직연금의 조기 도입과 퇴직연금·개인연금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도 장기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상품개발에 매진하고 투자자 신뢰 회복에 전념해야 합니다.

-과거와 달리 증권사의 해외 진출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최근 3~4년간 금융투자업계의 세계화가 급격히 진행됐습니다. 미래에셋그룹의 경우 해외 현지법인 자기자본이 2조원을 넘었습니다. 5년 전 국내에서 제일 큰 증권사의 자기자본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금융투자회사의 해외점포는 113개(15개국)로 이 가운데 83개가 현지법인입니다. 은행 52개, 보험 32개를 압도합니다. 현지법인 자본확충을 통해 단순히 주식·채권 중개에서 벗어나 국경을 넘나드는 IB(투자은행) 사업, 대체투자, 현지고객 대상 ETF (상장지수펀드) 및 펀드판매로 업무영역이 확대되고 질적으로도 크게 성장했습니다.

대형사의 해외 진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국내 자산에만 투자해선 수익률이 안 나오기 때문입니다. 해외자산 투자, 그중에서도 투자가치가 높은 핵심 자산에 투자하고 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부동산의 경우 미국 뉴욕에서 제일 좋은 건물을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거죠. 그런 측면에서 해외법인에 대한 본사의 신용공여 허용 등 당국의 규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다양성 측면에서 중소형사의 틈새시장도 존재해야 하는데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어떤 산업도 다양성 없이 클 수 없죠. 중소형사들이 차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거나 특정 분야에서 할 일이 있습니다.

얼마 전 발표한 자본시장 혁신과제도 대형사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예컨대 새로 도입된 BDC 제도는 중소형사에 좋은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업무위탁에 대한 규제 완화도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가 주력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협회 담당 임원이 중소형사를 주기적으로 찾아가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건전성 규제인 순자본비율을 중소형사 특성에 맞춰 별도로 적용하는 방안을 금융당국에도 건의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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