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그들만의 리그' 사외이사, 추천위도 무용지물

[MT리포트]'그들만의 리그' 사외이사, 추천위도 무용지물

이태성 기자, 김사무엘 기자
2019.03.06 17:35

[사외이사의 명과 암]⑤검찰, 국세청, 공정위 출신들 다수…경영활동 조언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지 의문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올해도 정관계 고위직을 거친 인사들이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외이사가 제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경영활동에 조언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수지만, 기업 경영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이력을 가진 인사들이 후보로 추천되는 상황이다.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하기 위해 마련된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이 올해에도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자주 오르내리는데,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동성제약의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좋은사람들은 김종빈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효성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김홍일 전 대검중수부장은 계룡건설의 사외이사로, 정병두 전 인천지검장은 LG유플러스, 정진호 전 법무부차관은 호텔신라의 사외이사로 재선임 안건이 주총에 상정됐다.

국세청 출신들도 다수 후보 명단에 올랐다. 손영래 전 국세청장은 효성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 될 전망이다. 김형균 전 광주지방국세청장, 이승호 전 산지방국세청장, 강형원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각각 광주신세계, 대교, 현대백화점 사외이사 후보로 올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사외이사 후보 중에는 3명이 권력기관 출신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박재완 전 국회의원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방침이다. 그는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LG화학은 안영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허근녕 전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관가 및 정치권 출신 사외이사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사외이사에게는 경영진이 주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조언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관 출신 인사들은 이런 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는 시선 때문이다. 제약사 사외이사로 이름이 오른 이 전 검사장이 대표적이다. 대다수 의안에 주주권익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찬성표만 던지고 수천만원의 연봉만 챙겨간다는 오명이 따라붙는 이유다.

현행 상법상 상장사 사외이사는 최대 2곳까지 등기임원(이사·감사 및 집행임원) 겸직이 가능하다. 은퇴 후 상장사 2곳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면 비상근 근무만으로 상당한 연봉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꾸준히 정관계 고위직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뽑고 있다. 지난해 재벌닷컴이 10대 그룹의 사외이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각 부처 장·차관이나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판·검사 등 '5대 권력기관' 출신이 34.8%를 차지했다.

지난해 의결권자문기관들은 일부 사외이사들에 대해 주총 때 반대의사를 표명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가 더 활발히 활용될 경우 전관 사외이사들에 대해서 반대 의견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기업의 경우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사추위)를 설치하도록 하고 이 위원회에서 대주주로부터 독립된 사외이사를 추천하도록 한 제도 역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에 따르면 현재 사추위를 설치한 95개 기업 중 대표이사가 사추위 위원인 회사는 58사(61%, 23개 기업집단)에 이르고 이중 사외이사가 위원장인 회사는 18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진 선임연구원은 "사추위는 현재 제도적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일반 주주의이익보호가 취약한 상황"이라며 "사추위는 이사회 평가 등을 통해 기존 이사회에서 부족한 부분을 사전에 검토하고 후보자의 독립성, 전문성, 자격 등을 철저히 관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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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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