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와의 전쟁]①수사권 없는 금감원, 특사경 통해 '작전세력' 잡는다
2010년 11월 한국 증시를 의도적으로 폭락시켜 그 과정에서 수백억 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던 ‘도이치뱅크 옵션 쇼크’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9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주범인 외국인들은 해외에 머물며 대한민국 법의 처벌을 피했다. 이 사건을 주도했던 데릭 옹 전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차익거래팀장이 4월1일 인도네시아 공항에서 인터폴 적색수배에 걸려 체포됐다. 검찰이 기소한 지 무려 8년 만이다.
이 사건은 특정 세력이 개별 종목이 아닌 한국 대표 주가지수를 흔들어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당시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상처를 줬다. 개인을 포함한 투자자들은 약 14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고, 이 과정에서 자산운용사 한 곳은 파산했다.
당시 사건을 겪었던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인 등 일부 세력들이 대한민국 주가지수 시세를 조정해 부당한 수익을 얻었다는 사실에 지금도 당시의 분노와 치욕감을 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불공정거래는 정상적인 수요와 공급 원리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지 못하고, 인위적인 부정한 방법에 의해 가격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가격을 움직인 특정 세력은 돈을 벌고,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피해를 본다.
이같은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당국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비웃듯 '반칙'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전통적 방식의 조사 및 단속은 의미가 없어졌다.
최근 불공정거래 수사에서 '속도'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불공정거래 조사를 수행 중인 금감원은 현재 수사권이 없다. 특정 사안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면 금융위와 검찰 등 수사권을 쥔 기관에 '건의'해야 하는 구조다.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다.
불공정거래 세력들도 금감원이 '물방망이'인 것을 안다. 이들을 어렵사리 금감원 문답실에 불러 앉혀 범죄사실을 묻는다고 해도, 구속력 있는 수사와는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 소위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의 경우, 조사를 시작한 금감원의 유선연락에 일절 응하지 않는 식으로 시간을 끌었다.
속도가 느리다보니 현재 미처리 사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중대·긴급 사건을 곧바로 검찰로 넘기는 '패스트트랙'을 만들었지만, 속도에 대한 지적은 여전히 나온다. 불공정거래 단속은 사실상 '시간과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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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 금감원 직원에게 사법경찰권한을 부여하는 특별사업경찰(특사경) 제도가 본격 가동된다. 2015년 8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약칭 사법경찰직무법) 일부 개정으로, 금융위 공무원과 금감원 직원이 특별사법경찰에 지명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지 4년 만이다.
특사경은 경찰의 권한이 미치기 곤란한 특정 지역이나 전문영역에 한해 일반공무원 등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가 줄어들지 않고 조사권의 한계로 발 빠른 대응이 어려운 점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방식은 금융위원장이 특사경이 될 금감원 직원을 추천하고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명하면 수사권이 부여된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권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있지만 실질적인 조사업무는 금감원이 맡고 있다.
수사권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에 한해 관계자·당사자 신문권, 압수·수색권, 계좌추적권, 출국금지 요청권, 통신사실조회권, 증거보전 신청권 등이다. 수사 범위는 증선위원장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절차)으로 지정하고 곧바로 검찰로 넘기는 사건으로 한정했다.
특사경 사무실을 어디에 둘지를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에 이견이 있었지만, 결국 출입통제 시스템 등 '방화벽'을 갖춰 금감원 내에 설치하기로 했다. 특사경 전용 전산설비도 별도로 갖춘다. 금감원은 예산을 확보하는대로 특사경 사무실 설치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특사경 조직 구성을 위한 인선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금감원은 내부 지원을 받아 선발한 특사경 후보 10명에 대한 명단 작성을 마쳤고, 이를 금융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인사 문제 등을 감안, 현재 남부지검에 근무 중인 파견자 8명은 일단 이 명단에서 제외됐다.
특사경은 조사국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원승연 자본시장 부원장 산하에 둔다. 명칭은 '자본시장범죄 조사단'이 유력하다. 특사경 10명 중 직급이 높은 1명을 단장으로 선임해 조직을 이끌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