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채권 '바이 코리아']③

지난 달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보유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유입 자금의 성격을 두고 '독이 든 성배'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외국인이 한국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오는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단기자금의 성격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외국인의 채권 매입 대부분이 1년 미만 단기채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아울러 환차익과 금리 차익을 노리는 재정거래가 상당수라는 점도 한국 채권이 '글로벌 안전자산'의 위상을 갖췄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잔고는 140조494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4월 한달 동안 9조3210억원을 순매수하고 1조9380억원을 만기 상환해 총 7조3830억원을 순투자했다. 3월 들어 순투자가 크게 늘었다.
이처럼 외국인의 한국 채권 순매수가 최근 크게 늘었지만, 1년 미만 단기채권이 상당수라는 점이 눈에 띈다.

외국인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 미만 단기채를 꾸준히 매도(2019년 27조4260억원 순매도)한 반면 5년 이상 장기채를 매수(2019년 13조6860억원 순매수)해왔다.
그러나 지난 4월 외국인의 잔존 만기별 순투자를 살펴보면 1년 미만 채권 순투자가 전체 7조3830억원 중 5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008년 4월 3조2000억원 이후 최대 순투자 규모다. 이에 따라 1년 미만 채권 보유 비중도 지난해 25.7%에서 31.1%로 급증했다.
외국인이 한국의 펀더멘털이 아닌 환차익과 금리 차익을 노리고 한국 채권을 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를 구해와 채권을 매입하는 재정거래를 질적인 투자로 보긴 어렵다"며 "재정거래 목적으로 차입했을 때 롤오버를 안 하거나 중간에 청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외국인 채권 매입은) 불안정한 달러 유입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정거래란 동일한 상품에 대해 두 시장에서 가격이 서로 다른 경우, 가격이 저렴한 시장에서 그 상품을 매입해 가격이 비싼 시장에서 그 상품을 매도해 이익을 얻는 거래다.

외국인의 단기채 매입이 급증한 건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완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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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정부는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원화 채권을 포함한 외화 자금 이탈을 우려하며 선물환 포지션을 확대했다.
국내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40%에서 50%로, 외국계 은행 지점은 200%에서 250%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선물환 포지션이 늘어난 만큼 '스와프레이트'(현물 환율과 선물 환율의 차이)를 이용한 재정거래 수익도 그만큼 확대할 수 있다.
외국인은 보유한 달러를 직접 원화로 환전해서 한국 채권을 사지 않는다.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달러를 원화와 1년간 스와프(교환)하는 방식으로 원화를 확보한다. 1년 후에 다시 안심하고 원화를 달러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적용되는 지표가 스와프 수요와 공급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형성되는 '스와프레이트'다.
실제 지난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3월 기타투자 부채항목에서 차입은 151억달러 늘었다. 한 달 차입 규모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이 중 상당액이 외국계 은행 지점을 통해 국내 채권투자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보다는 외국계 은행 지점에서 매입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부분 국채 매입에 사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규 한화자산운용 팀장은 "일시적으로 투자 메리트가 있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기대하고 외국인 자금이 한국 채권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유입이) 장기적으로 유지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재정거래 목적의 채권 수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기대하는 이들은 이런 흐름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은 한국은행이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눈으로 확인되는 상반기 이후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면 상대적으로 장기채 금리보다는 단기채 금리가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채권 유입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한금융투자 김 연구원은 "1년물 스와프레이트가 마이너스(-)100bp(1bp=0.01%) 미만으로 축소 중"이라며 "재정거래 자금의 10~20% 정도는 만기시 롤오버가 미발생하거나 중간 이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