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의도의 봄을 기다리게 만든 정은보의 100일

[기자수첩]여의도의 봄을 기다리게 만든 정은보의 100일

김하늬 기자
2021.11.12 04:34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한지 100일 동안 여의도는 예상보다 고요했다. 취임 직후 정 원장은 외부 일정을 최소화 하고 조직과 현황 파악에 집중했다. 사모펀드 사태부터 금융사 종합감사 등 자본시장의 굵직한 이슈들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채 전임 원장이 떠나서다.

특히 여의도 증권업계는 시장조성자제도에 참여했다 수백억의 과징금을 통지서를 받으면서 대참사가 벌어졌다. 기획재정부 시절부터 '정책통'으로 유명했던 정 원장은 당장 금감원 임원들을 소집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정 원장이 오기 전부터 금감원이 검토하던 사안이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법적 검토 결과가 나오기 전 증권사에 과징금을 사전 통보부터 한 건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지난 9월 금감원 직원들은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지적을 받고 혼이 '쭉' 빠질 정도로 일을 했다고 한다. 정 원장의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오지 못해서다.

'과징금 결정이라 함은 법 위반이라는 건데 명확한 위반 근거 결론이 나왔나', '만일 그렇다 해도 증권사별 부당 이득이 얼마인지 명확히 측정했다', '의도적 부당이익은 그중 얼마인가', '의도성을 밝힐 수 있나', '부당이익의 얼마까지 반환요구하고 징수할 것인지 법적 근거가 있나', '부당 이익 금액별 징계 차등화에 대한 과표율이나 과세율이 있나'.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과징금을 사전에 통보했나'

정 원장은 금감원의 '검사'가 원칙과 관례 사이에서 오락가락 한다면 누군가에겐 편의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불공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했다. 11월 들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은행 등을 차례로 만나며 꺼내는 메시지를 보면 그렇다.

정 원장은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는 예측 가능성에서 나온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금융감독을 집행할 때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확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원내 '검사·제재·절차 개선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두 달째 운영중이다. 종합감사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운영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직원들과 신중하게 논의중이다.

직장인들은 리더가 바뀌면 세상의 전부가 바뀐다. 자본시장에서 금감원장이 달라지면 어떨까. 우선 '증권맨' 들은 100일간 설렘으로 여름과 가을을 보냈다. 정 원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기울이며 "제발 초기 립서비스가 아니길 바란다"며 내년 꽃피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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