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예산·기술 확보보다 더 큰 문제는 인사(人事)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친환경 생산공정이 확대될수록 기존 기술기반 인력들을 어떻게 재교육·재배치할 것인지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입니다."
올 여름 한 대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조직 관계자와 만났을 때 들었던 얘기다. 기존 인력의 재교육·재배치란 '구조조정'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확정됐고 2030년까지 시한을 박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도 상향조정돼 갈 길은 더 빠듯해진 시점이 되니 당시의 그 관계자의 말이 더 귀에 남는다.
항상 그랬다.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의 이행처럼 새 패러다임으로의 이행은 필연적으로 옛 패러다임의 파괴적 붕괴가 수반됐다. 탄소중립, 그리고 ESG 친화적 경영 시스템으로의 전환 역시 마찰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미 2019년 현대차 노사 외부 자문위원들이 친환경차 확산, 자율주행차 상용화 등으로 모빌리티 산업 급변으로 기존 자동차 제조업 인력이 최대 40%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완성차 1대당 소요되는 부품은 2만~3만개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고 이 중 내연차 부품의 비중은 40%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립 부품의 수가 적다보니 그만큼 필요 노동인력도 줄어든다.
당시만 해도 이같은 암울한 전망은 먼 미래의 일처럼 들렸지만 당장 지난달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와 울산4공장 노조 사이에 일감 배분 문제로 '공장 이기주의'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격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비중이 커질수록 노조간 갈등은 더 커질 수도 있다. 내연차에 비해 친환경차 부품이 40% 가량 적어 그만큼 필요 노동인력의 수도 더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들은 더 큰 충격에 노출된다. 시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내연기관 부품에만 의존했던 중소기업들은 자연스레 도태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그 빈 공간은 미리 시대의 변화에 준비했던 이들이 메우게 된다.
적자생존식 진화의 역사가 원래 그랬던 것이라고 안주할 문제도 아니다. 국내 등록기업의 99%인 688만개가 중소기업이며 이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이들은 국내 전체 근로자 수의 83%인 1744만명에 이른다. 자산규모가 크고 관리조직이 잘 들어서 있는 대기업은 변화에 상대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되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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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가 최근 주최한 'ESG 글로벌 로드쇼'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논의됐다. 중소기업 중 89%가 ESG 경영 시스템 도입을 위한 준비가 전혀 또는 거의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는 설문조사가 소개됐고 중소기업의 ESG 경영 체계 도입을 위해 상응하는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하겠다고 우리 정부가 약속한 시점까지 28년이 남았다. 203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찍었던 2018년 대비 40%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목표시점까지는 불과 8년이 남았다. 미사여구식 선언은 이제 충분하다. 세부적인 로드맵을 하루 빨리 만드는 작업에 착수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