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산업(38,900원 ▼500 -1.27%)이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을 결정한 가운데 동원산업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합병비율이 소액주주에 불리하고 대주주에 유리한 방식으로 산정됐다는 논란이 나오면서다.
지난 7일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동원산업은 공시를 통해 "합병을 통해 동원그룹의 지분 관계를 기존보다 단순화함으로써 지배구조 측면에서 경영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사의 합병 시너지가 불분명하다고 평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합병 배경이나 효과에 대한 부분은 다소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합병 비율이 불합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난 11일 코스피 시장에서 동원산업 주가는 14.15% 급락했다.
특히 합병 과정에서 상장사인 동원산업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산정돼 논란이 되고 있다.
동원산업 측은 양사의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동원산업을 시가로 평가하며 최근 산술평균주가(24만8961원)를 적용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동원산업 주가는 저평가 상태였고 이를 토대로 시가평가하는 바람에 제대로된 기업가치를 받지 못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12일 종가 기준 동원산업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59배에 불과하고 PER(주가수익비율)은 4.99배에 그치고 있다.
반면 동원엔터프라이즈 기업가치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공정평가 방식에 따라 평가해 19만1130원로 산출했다. 동원산업에 1대5 액면분할까지 적용해 합병비율은 1:3.838553으로 결정됐다.
이는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합병비율로, 대주주에만 유리한 가치평가가 이뤄졌다는 반발이 나온다.
합병 전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는 동원엔터프라이즈로 동원산업 지분 62.7%를 보유 중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분을 68.3% 가지고 있다. 합병 후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도 김 부회장이다.
투자자들은 두 회사 간의 평가 기준이 다른 이번 합병은 위법 요소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동원산업의 가치를 믿고 투자한 일반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해 순자산의 60%도 안되는 금액으로 평가 후 합병을 추진하는 건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이 분명하다"며 "합병 결정 보류 또는 취소가 바른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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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ESG 경영이 대세로 부상했지만 아직도 거버넌스(G)와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동원산업같은 기업이 한국 증시에 많다는 사실에 한탄했다.
특히 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은 '동원참치'로도 유명하지만 증권업계에 '한국투자증권'이라는 기라성같은 증권사를 탄생시킨 인물로도 유명한데, 불공정한 합병이 소액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증권업계 한 펀드매니저는 "동원산업의 대주주가 이렇게 불합리한 합병 비율을 몰랐을리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주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는 요즘에도 주주 권리를 무시하는 합병결정을 내린 기업이 있다는 사실은 한국 주식시장의 후진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