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업들이 신용등급을 줄줄이 강등당하고 있어 자금난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신용 강등은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중국 경기 둔화,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난제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1일 머니투데이가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회사채시장에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사례는 총 9건, 기업수는 6곳으로 파악됐다.
코리아신탁은 장기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됐다. 롯데알미늄도 기업어음 등급이 A2+에서 A2로 낮아졌다. 효성화학은 회사채가 BBB+에서 BBB로 떨어졌다. SKC는 회사채가 A+에서 A, 기업어음도 A2+에서 A2로 낮아졌다. 동원건설산업은 회사채가 BBB에서 BBB-로 떨어졌다. 고려아연도 장기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내려갔다.
신용도가 악화하면 차환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내 회사채시장에서 중소·중견기업은 은행 대출 등 간접금융 의존도가 높아 유동성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상태다.
신용도 하락이 실제 자금조달 실패로 이어진 사례도 발생했다. 대형 건설사인 롯데건설은 지난달 25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100억원 규모의 발행을 시도했지만 전량 미매각됐다. 롯데건설은 이달 초에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장기신용등급이 A+에서 A로 강등됐다.

기업 신용을 압박하는 요인으로는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불확실성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네 차례 연속 동결했다. 일부 위원들은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물가상승세 둔화 여부를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국내 회사채시장도 장기 고금리 구조에 대비한 리스크 회피 심리가 강해져 우량 기업 중심으로 투자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경기 둔화도 문제다. 국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종들의 실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신용등급이 하향된 효성화학, SKC 등은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에 속한다.
이와 관련 SKC관계자는 "신용평가기관 3개 가운데 2개에서 는 A+네거티브로 유지가 발표됐다"라며 "신규 회사채 발행 등 공식적으로는 유지된 등급이 부여되는 만큼 향후 영업활동이나 자금조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PF 역시 우려 요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금융권 전체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약 202조3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19조2000억원(9.5%)이 유의 또는 부실 우려 여신으로 분류된다. 한국기업평가는 2025년 6월 말 기준 증권업권의 PF 익스포저를 약 20조7000억원, 이 중 3조3000억원(16%)이 유의·부실 우려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금융권의 자금 집행 능력을 낮추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신용등급 하향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일부 업종은 중국 수출 부진과 부동산 경기 악화 등 복합적인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어 추가 하향 가능성이 있다"며 "차환에 실패하는 기업이 신용등급 강등 악순환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