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준환의 미국 스몰캡⑬ ]16조원 에어로바이런먼트(AVAV) 설립자 폴 맥크레디(3/5)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가 매수한 종목으로도 알려진 아바브(에어로바이런먼트, AVAV)는 최근 이란전쟁과 관련해 향후 미군의 전력증강이 이뤄질 포인트에 있는 업체다. 전투드론을 비롯해 다양한 방산, 우주 아이템을 만들고 있다. 캐시 우드가 이끄는 ARK는 아바브를 여러 차례 분할 매수해 왔다.
장기간에 걸쳐 사고팔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잡기는 어렵지만 평균 매수단는 약 94달러, 최근 재매수 가격대는 150~300달러대로 추산된다. 아바브의 시가총액은 15조원 가량인데 이란전쟁이 장기화되고 전투용 드론시장이 커지면서 앞으로 주가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바브는 폴 맥크레디라는 천재 공학자가 설립한 회사다. 친구의 사업 보증을 섰다가 폭삭 망한 맥크레디가 10만 달러의 빚을 해결하기 위해 고육책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있다. 50년 후 그가 만든 회사는 전 세계 전장을 바꾸는 '전투드론의 아이폰'으로 유명한 회사가 된다.

맥크레디는 1925년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출신으로 의사인 부친 밑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부터 모형 비행기에 빠져들었는데 단순 조립에서 넘어 날개의 각도를 바꿔가며 어떤 형상이 가장 오래 나는지를 실험할 정도로 천재의 면모를 보였다.
예일대에서 물리학 학사를 마친 맥크레디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물리학 석사와 항공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1956년에는 프랑스 생장에서 열린 세계 글라이딩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미국인 최초의 세계 소어링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이 때의 경험은 그가 이후 드론을 만드는데 중요한 재산이 된다.
맥크레디는 상승기류와 비행 효율을 읽어 글라이더를 조정하는 소어링이론과 운용능력이 좋았는데, 그는 출력이 떨어지더라도 가벼운 기체가 비행효율이 최고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1971년 맥크레디는 캘리포니아주 몬로비아에 지금의 아바브를 설립했다. 초기에는 환경 컨설팅과 풍력 에너지 연구를 하는 소박한 작은 회사였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 파산한 친구의 사업보증을 잘못 서 맥크레디에게 10만달러(현재가치 약 9억원)의 빚이 생겼고, 당시 경제력으로는 도저히 갚을 능력이 되지 않았다.
밤잠을 설치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액의 상금이 걸린 비행 공모전이었다. 영국의 헨리 크레머라는 기업인은 비행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1959년 "순수하게 인간의 힘으로 나는 비행기로 1마일(1.6km) 이상의 8자 비행을 완성하면 5만파운드(약 10만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17년간 아무도 성공하지 못해 상금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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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루미늄 튜빙, 자전거 바퀴, 피아노 줄, 마일라 호일 등을 이용해 경량 비행기를 만들고 고사머 콘도르(Gossamer Condor)라는 이름을 붙였다. 비행기 몸체에 달린 자전거 페달을 사람이 밟으면 프로펠러가 돌아 이륙하는 구조였다. 기존 경쟁자들은 탄소섬유와 최첨단 소재를 동원했지만 맥크레디는 비행체 구조에도 주목했다. 기체 전체무게를 32kg으로 유지하면서도 최대양력을 위해 날개길이를 29미터(보잉 737의 날개와 비슷)까지 늘렸다.
부서지면 테이프로 붙이고, 비틀리면 줄로 다시 당기고 6개월 동안 무려 430번의 테스트 비행을 했다. 1977년 8월 23일. 캘리포니아 샤프터 공항에서 고사머 콘도르에 탑승한 자전거 선수 브라이언 앨런이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불과 3미터 높이지만 공중에 뜬 고사머 콘도르는 시속 18km의 느릿느릿한 비행으로 8자 코스 1마일을 7분 27초 만에 완주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지속적 인력 비행이었다. 맥크레디는 크레머상 5만 파운드를 받아 빚을 갚을 수 있었다. 부쩍 달아오른 크레머는 이번에 상금 10만 파운드를 걸었다. 인력 비행기로 최단거리로 잡아도 35km 거리인 도버해협을 횡단하는 것이었다.
맥크레디는 이번에도 도전에 나섰다. 고사머 알바트로스(Gossamer Albatross)를 만들고 브라이언 앨런이 다시 페달을 밟아 1979년 도버해협을 비행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불어온 역풍에 추락할 위기를 극복하고 2시간 49분, 한계에 다른 비행 끝에 프랑스 해안에 착륙했다.
맥크레디와 앨런의 이름은 전 세계에 알려졌다.
맥크레디는 이어 1981년에는 솔라 챌린저(Solar Challenger), 태양전지로만 비행하는 비행기를 만들어 도버해협을 또 횡단했다. 화석연료를 한 방울도 쓰지 않은 세계 최초의 태양광 해협 횡단이었다.
1986년 아바브는 포인터라는 세계최초로 손으로 날리는 소형 군용드론을 만들어냈다. 이전의 군용 드론은 활주로가 필요하고, 전문 운용 인력이 있어야 했으나 포인터는 날개길이 2.7미터, 무게 4.5kg로 병사가 양손으로 들고 하늘로 던지면 전기모터 프로펠러가 돌아가며 날았다. 이후 1999년 선보인 레이븐은 포인터보다 작고 가벼워 미군이 가장 많이 보유한 소형 무인기가 됐다. 포인터에 폭탄을 스위치블레이드는 2011년 첫 선을 보여 지금까지 각국 전장에 활용되고 있다.
1990년대에는 패스파인더와 헬리오스, 나사와 협력해 태양광 무인기를 성층권(고도 2만9000m 이상)까지 띄웠다. 헬리오스는 프로펠러 구동 비행기의 세계 최고고도 기록을 세웠다. 이 기술은 인공위성보다 저렴하게 지구를 관측하는 유사위성(Pseudo-Satellite)의 기술적 토대로 활용된다.
맥크레디는 1996년 제너럴 모터스의 의뢰로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EV1의 공력 설계를 담당하기도 했다 가장 적은 에너지로 가장 멀리 가는 차를 만든다는 컨셉트였다.
현재 전투드론의 개념형성과 기술개발에 큰 족적을 남긴 맥크레디는 2007년 흑색종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아바브에 뿌린 초경량 비행 기술의 씨앗은 이후 나사의 화성 헬리콥터 인제뉴이티의 핵심부품에도 반영됐다.
타임(Time)지는 맥크레디를 '20세기 가장 위대한 지성 100인'에 선정했고 미국기계학회(ASME)는 세기의 엔지니어로 명명했다.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는 고사머 콘도르와 알바트로스가 나란히 전시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