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민영미디어렙의 딜레마

[기자수첩]민영미디어렙의 딜레마

신혜선 기자
2009.11.25 08:10

민영미디어렙을 둘러싼 논란이 '자기모순'에 빠지게 생겼다.

현재까지 드러난 쟁점은 취약매체 지원, 민영미디어렙 개수, 방송사나 대기업의 지분참여 제한 정도다. 지역방송 등 취약매체 지원은 '일몰' 형태로 가더라도 지원방안을 법에 마련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시간을 버는 분위기다. 1공영다민영, 1공영1민영으로 의견이 엇갈린 미디어렙 개수도 사실상 법률에 그 개수를 못박을 수 없다는 점에서 논외로 갈 상황이다.

법에 개수를 정하는 것 자체가 위헌소송감이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때문에 이는 결국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남은 쟁점은 지분문제로 압축된다. 30% 이하까지, 혹은 일정기간 방송사의 지분참여를 아예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기업, 신문·통신사의 지분 역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의견을 제기한다. 여기에는 장차 방송시장에 진출, 신문·방송 겸업을 하고자 하는 신문사의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다. 전자가 방송사가 방송광고시장 독식을 견제하기 위한 근거에서 출발한다면 후자는 광고주인 대기업의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정 미디어렙에 방송사의 자본이 절대적으로 들어가면 '1사1렙'이 돼버리고, 대자본 참여를 제한하지 않을 경우 '삼성이 미디어렙을 만들어 광고단가 협상을 스스로(제일기획과) 하는 형태'가 될 수 있으니 이도 맞지 않다.

 

문제는 '그렇다면 누가 미디어렙을 만들 것이냐'의 답을 내놔야 한다는 점이다. 방송사도 안되고 대기업도 안된다면 중소기업이나 개인, 방송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자들이 미디어렙을 만들어야 하나. 정부 지분이 다수 포함된 제2, 제3의 한국방송광고공사를 만들어 경쟁하면 되는 것일까.

 

이론적으로는 방송사와 대자본의 직접적인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미디어렙이 다수 존재하고, 방송사가 공정경쟁을 통해 특정 미디어렙을 대행사로 선정하면 된다. 이처럼 지향하는 결과가 분명한데 답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혹여 논의의 출발점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2009년을 1개월여 남겨놓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합의는커녕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민영미디어렙. 개정 방송법이 어렵게 마련되더라도 또다른 위헌소송 가능성이 존재하고, 규제를 위한 규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