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권도 없이 협상대표? 지상파 3사 각각 이해관계 달라 협상 난항
지상파와 케이블간 재송신 분쟁으로 케이블TV 가입자들이 고화질(HD)의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못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24일 양측이 협상을 재개하면서타결될 듯 보였던 이번 사태가 다시 악화된 이유는 뭘까. KBS2,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미묘한 입장 차이로 케이블TV사업자(SO)측의 제안을 수용했다 번복하면서 벌어진 사태로 확인됐다.
공영, 민영방송으로 나뉘어 애초에 태생이 다른 데다 최근 미디어렙 등 방송환경을 둘러싼 정치적 셈법의 차이도 지상파 3사가 공통된 목소리로 합의를 보지 못하는 이유라는 분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운영했던 재송신 협의체는 23일 최종 결렬됐지만, 양측은 24일 협상을 다시 이어가기로 하면서 방송중단을 보류했다.
당시 양측이 의견 접근을 이룬 부분은 SO측이 2012년 콘텐츠사용료(CPS)를 디지
털 케이블 신규 가입가구당 100원으로 하되 2013년에 50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전격 제시하면서다. 이는 SO측이 그간 요구한 '재송신료'를 감안한 금액이다.
이 안에 대해 지상파 협상단 대표를 맡았던 김재철 MBC 사장은 '2012년 150원으로 하고 2013년 100원으로 단계 인하하자'는 안을 제시하며 맞섰으나, 최종 SO측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안에 대해 KBS, SBS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은 다시 난항을 겪게 됐다. 현재 지상파측 협상 대표는 김재철 MBC 사장에서 우원길 SBS 사장으로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KBS노동조합은 지난 25일 방송통신위원회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방통위 압박이 있었다"며 "가입자당 100원 수준의 합의를 파기해 재협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MBC와 SBS의 경우 독립 미디어렙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재송신 대가를 포기하고도 얻어낼 것이 많지만 KBS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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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와 SBS간의 온도차는 민영방송사로 상장사인 SBS가 더 다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업계에는 "더 받을 게 있는데 덜 받는 것은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며 김재철 사장이 수용한 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내부 목소리가 거세다고 전했다.
최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 이후 SBS 실적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미칠 요인은 지상파 재전송수익 규모"라며 "콘텐츠 투자를 위해 미디어렙이 '사전 장치'라면 재전송수익은 '안전장치'"라고 분석했다.
특히, 향후 재송신 콘텐츠료가 법제화될 경우 '상업적 영역'에는 SBS만이 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의무전송 대상이 되거나 아니면 상업적 영역에서 콘텐츠료 협상을 하는 지위를 선택해야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즉, 현 방송법에서 SO 의무전송 대상으로 정해진 KBS1은 콘텐츠 협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처럼 향후 의무전송 대상이 되는 지상파 방송은 SO측에 콘텐츠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MBC보다 상업적 영역에 남게될 가능성이 높은 SBS로서는 이번 기회에 CPS를 최대한 높여 받을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유가 어떻든 결국 당장의 위기를 피하기 위해 지상파끼리 논의나 합의도 안 된 내용을 협상 카드로 이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블협회 관계자는 "케이블도 주요 SO들과 지방의 개별SO 간 입장 차가 크지만 협상을 위해 단일된 목소리를 내려 노력하고 있다"며 "지상파의 책임있는 대표자들이 나와 적극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