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방송이 두려운 사람들

[광화문]방송이 두려운 사람들

신혜선 정보미디어부 부장
2012.06.01 05:00

차기정부 조직개편은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이긴 쪽이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구체화하기 때문에 지금 거론하긴 때가 이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옛 정보통신부 부활을 심심찮게 주장한다. 이는 지난 5년간 국내 IT(정보기술)산업이 후퇴했고 근본 원인은 현 정부가 IT관련 정책업무를 '방송통신위원회/지식경제부/행정안정부'로 쪼갠 것이 잘못이었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는 IT산업 관련 각종 지표의 하락이다. 더불어 방송에 치여 통신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하지만 '정통부 부활론'은 매우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한 명제다. 즉, 관련 정책을 서너 개 부처로 나눈 것이 비효율적이었는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합의제 구조와 독임제 구조의 문제 △방송과 통신 분리의 타당성 등의 질문이 섞인 복잡한 문제라는 것이다.

합의제나 독임제의 문제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선택하면 된다. 본질은 방송·통신의 분리 여부다. 더군다나 현재 정통부 부활론을 주장하는 이들 중 방송정책, 방송산업, 그리고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IT통합에 포함할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오히려 방송을 과거처럼 통신IT 영역에서 분리하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시장의 모습은 다르다. 방송과 통신은 경계가 없어졌다. 법에 정의되지 않은 스마트TV 시장에는 방송·통신사 외에도 가전사, 포털사 그리고 해외 플랫폼사업자들이 뛰어들었다. '케이블'로 대표돼온 유료방송사들은 IP TV(인터넷 TV)와 동일한 역무임에도 서로 다른 규제를 받고 있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분쟁을 벌인다.

지상파방송사는 콘텐츠료를 받기 위한 돈싸움을 벌이며 공영방송의 체면을 버렸다. 그리고 시청자는 볼모가 돼 공중파방송을 보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단일한 콘텐츠가 TV로 PC로 스마트폰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팟캐스트가 지상파방송 메인뉴스를 대체하는 세상이 됐다.

새로운 경쟁환경과 갈등, 그리고 이로 인한 소비자 불편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당연하다. 기술이 발전하고 시장도, 이용패턴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비록 한계가 있었지만 'IPTV특별법'이 만들어지고 방통위가 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통신·방송 분리는 시대를 거스르는 잘못된 판단인 이유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문제는 IT정책 실패의 책임이 방통위에 있느냐는 점이다. IT정책을 쪼개 가진 지경부와 행안부, 그리고 국가IT를 총괄하는 국가정보화위원회의 역할 역시 함께 평가해야 한다. 특히 그 평가는 5년 전과 단순 비교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주도의 R&D(연구개발)나 표준화가 필요했고, 정부의 입김이 시장에 작용했던 과거 정부의 역할론을 근거로 해선 안 된다.

지난 4년간 방통위의 모든 정책이 '정치'에 끌려다닌 것도 아니다. 특히, 통신정책이 방송정책에 밀렸다는 일부 주장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방송 관련 처리안건은 36%, 통신 및 이용자보호(보조금 규제 등 통신이슈), 네트워크정책국(진흥), 융합 등 처리안건은 38.7%로 집계됐다.

문제는 방송정책에 대한 방통위의 처신이다. 수개월간 파업이 이어지는 MBC 사태만 해도 그렇다. MBC와 MBC 경영진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임명권은 방통위에 있다. 그들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그들에 대한 방통위 출석 요구와 문책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방통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정권을 누가 잡든, 밀실에서 뚝딱 만드는 조직개편은 안된다. 제대로 된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방송정치를 두려워할 때가 아니다. 진짜 두려워할 것은 융합이라는 거센 물결을 5년 뒤로 후퇴시키는 일이다. 산업으로서 '방송정책'과 '융합정책'을 놓아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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