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기업 오너 및 CEO 21명이 모였다. 그들은 2억원씩을 내 법인을 설립했다. 법인 출자가 아닌 개인출자 조건이다.
e비즈니스 모델을 논의했다. 벤처전문경영컨설팅과 인터넷뱅킹 법인을 별도로 만들어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커리큘럼에 따라 매주 1회 비공개 세미나도 했다. 너무 빡빡하다는 불만이 나왔지만 출석률은 매우 높았다. 3회 연속 빠지면 회원자격을 박탈하는 규칙 때문이었다.
그 모임은 회원 일부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닷컴붐이 가라앉으며 결속력이 떨어졌다. 법인은 작년 감자를 단행했고 초기 회원들은 동일하게 6천만원씩 돌려받았다. 나중에 들어온 회원들을 포함. 60여명의 회원이 주주명부에 있지만 가끔씩이라도 모임에 나오는 회원은 30여명 정도. 남은 자본금 4억여원의 이자수익과 참석 회원의 실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브이소사이어티'에 대한 얘기다. 브이소사이어티 출범 기사에 썼던 단어 하나가 기억난다. '어깨동무'였다. '재벌2세들과 벤처CEO들의 어깨동무'. 성공가능성에 대해서 반신반의했지만 출발자체를 폄하할 일은 아니었다.
재벌2세들과 성공한 벤처 사장들의 공식 모임은 우리 기업 역사상 처음이었다. 삼성이 e삼성을 설립, '단독 플레이'를 하던 것과도 비교됐다. 지금 브이소사이어티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기 바쁜 언론들중에선 브이소사이어티와 협력해 포럼을 만든 곳도 있었다.
"재벌 2세들은 창업에 대한 경험이 없습니다. 선대 회장을 넘어서야한다는 숙제같은 게 있었죠. 벤처들에 배우겠다는 마음, 대단한 결정이었습니다. 창업의 어려움을 스스럼없이 묻고 답했지요."
"CEO라지만 구멍가게죠. 벤처의 목표도 기업을 키워 부자가 되는거 아닌가요? 어떻게 하면 기업을 키우는지, 인재는 어떻게 뽑고 관리하는지 많은 질의응답이 오갔습니다." 속사정을 다 알았다고 자신할 수 없지만 그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주자로 부각되지 않았다면 브이소사이어티는 새삼 주목받을 대상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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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브이소사이어티는 교수를 초청해 세미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술도 마시는, 여느 대학 '최고위과정'을 함께 다닌 동창들의 정기모임과 비슷하다. 법인형태로 운영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브이소사이어티는 안 원장 한 사람의 도덕성을 평가하기 위한 재료일 뿐이다. 안 원장이 회원이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을 했고, 부인 명의로 돈을 냈다는 이유다. 안 원장이 자신이 비판하는 재벌들과 한패가 돼 꿍꿍이를 벌인 감추고 싶은 '과거'로써 브이소사이티는 존재한다.
이런 현실에 다른 회원들은 그저 침묵하고 있지만 나오는 실소도 어쩔 수 없다. "그때 최 회장 구명운동에 서명안한 사람이 서넛은 더 있었지? 왜 그 친한 아무개 CEO는 출장가서 못했잖아…."
기대와 혼란이 공존한 2000년. 인터넷 기술발전으로 인한 산업의 변화, e비즈니스에 대한 고민은 재벌이든 벤처든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기술벤처가 재벌에게 창업경험과 기술추이를 설명하고, 재벌이 벤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시도가 가능했다.
같은 맥락으로 지금 안 원장이 '反 대기업' 철학을 갖고 있다고 해서, 당시 안 원장의 브이소사이어티 참여를 문제삼거나, 브이소사이어티에 참여한 이들을 부도덕한 이들인냥 도매급으로 넘겨서는 안된다. 정치논리가 아닌 산업과 경제 논리로 들여다보면 제2의 벤처붐을 타고 도전하는 후배들에, 대중소 상생 방안을 찾기 위해 목을 매는 정치권에 또 다른 교훈이 전달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모든 것을 정치의 잣대로 들여다보는 사회가 답답하다. 하긴, 대선 유력주자라는 이유만으로 룸살롱 출입여부나 여자관계가 사찰당국으로부터 조사받는 세상, '먹이감'이라 생각되면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선정적 단어를 앞세우는 찌라시들이 판치는 세상인데 뭘 기대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