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으로 딱하게 됐다. 오는 11월 23일로 사장 임기가 만료되는 'KBS'얘기다.
지난 24일 마감된 후보자 공모에는 12명이 지원했다. 적지 않은 수가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KBS 안팎 모두 시끄럽기만하다. 노조 등 KBS 내부에서는 대다수 후보자들의 자격이 없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 지원자들 중에는 구설이 있는 인물들도 눈에 띈다. 야당 측에서는 '보이콧'할 조짐까지 보인다. 무엇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임기 마감을 코앞에 두고 사장을 선임해야 하는 KBS는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대통령 임기와 KBS 사장 선임이 뭐가 문제인데? 고개를 갸웃하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다.
KBS는 공영방송이지 않은가. 공영방송은 정권의 나팔수가 되면 안된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에서 본다면 공영방송 KBS의 사장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조차 비판할 수 있는, 그래서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을 꼼꼼히 따져 국민에게 올바르게 알리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는 이가 돼야한다. 사장이 선임되고 나중 대통령이 결정되면 공영방송은 오히려 더 권력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볼수도 있다.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이 바뀌면 임기가 남았어도 KBS 사장은 바뀐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정연주 사장이 논란끝에 퇴출됐다. 임명권만 있을 뿐이지 해임할 권리는 없다는 논란을 빚으며 버텼지만 권력의 칼날 앞에 아무 소용 없었다. 그때만이 아니다. 이전 정부에서도 KBS 사장직은 정권 교체와 더불어 비슷한 운명이었다. 과정만 달랐을 뿐이다.
대통령이 곧 바뀐다. 명확하다. KBS 사장에 서로 '내 사람'을 고르고 앉히기에 바쁘다는 의미다. 인물의 됨됨이는 그다지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신임 대통령 선출을 한달 앞두고 KBS 사장을 전임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KBS 내부 목소리는 자조적이기까지 하다. '선거 결과에 따라 새 정부에서 자기 입맛대로 사람을 바꿀가능성이 큰데 뭘 서두르냐'라는 거다. 이들은 어쩌면 '제2의 정연주 사태가 불보듯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디부터 시작해야할까. 어려워도 KBS 이사들부터 자신들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한다. 여야 추천을 받았지만 정파적 이해관계를 극복해야한다. 인물이 안되면 재공모에 재공모를 해야한다. 차기 대통령 역시 KBS 사장을 내각의 한 부분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KBS 사장 임명 권한을 '선거승리의 전리품'쯤으로 가져서는 안된다는 거다.
법으로 정한 사장의 임기는 '경천동지'할 일이 아닌 다음에야, 정권의 철학에 안맞고 눈에 거슬리더라도 길거리 '전봇대'처럼 뽑아내고자 해서는 안된다. 나아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논의 역시 미루지 말고 시작해야 한다. 밀실이 아닌 국회와 시민단체까지 포함해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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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아니 대통령을 만든 그 측근들에게 KBS 사장 임명권은 버리기엔 너무도 달콤하고 아까운 권력 수단일게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방송을 장악해 국민의 눈과 귀를 잡아두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국민들은 정부 정책 발표 10분뒤 정도면 기성언론보다 더 빠르게 진실을 꿰뚫을 다양한 미디어를 누리고 있다. 이런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정도 남겨둔 이 시점에서 여야의 유력 대통령 후보가 그 어떤 경우에도 KBS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공동 선언이라도 하면 어떨까. 올해가 한국 텔레비전 방송 50년이라고 한다. KBS 사장 선임과정, 당선된 새 대통령의 처신은 우리 방송 역사의 진보와 후퇴를 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