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선물세트 어디가고…종편 1년 성적표 보니

종합선물세트 어디가고…종편 1년 성적표 보니

강미선 기자
2012.12.01 05:00

시사보도·재방송 편중·선정적 콘텐츠…시청률 0.5%…"의무재송신 등 제도 재점검해야"

종합편성채널(종편)이 1일 개국 1년을 맞았다.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키고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키우겠다는 정부 정책 목표와 달리 1년이 지난 지금 종편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애국가'에 비유되는 저조한 시청률에 '종합'이라는 말이 무색한 시사보도 일색의 편성, 선정적 콘텐츠, 무더기 심의제재 등이 종편 1년의 현주소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종편 출범 당시 종편을 갓난아기에 빗대 "걸음마 단계까지는 돌봐줘야 한다"며 육성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걸음마'에 진입한 종편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의무재송신을 해야 할 만큼의 공공성·공익성을 갖췄는지 등을 점검해 종편 탄생 과정에서 교란된 미디어 생태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종합선물세트 어디가고…시사보도·재방송 일색

현 정권이 방송계 안팎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종편 출범을 밀어붙인 이유 중 하나는 보도·교양·오락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을 해소하고 시청자 복지를 확충하겠다는 것이었다. 종편도 출범 당시 고품격 콘텐츠, 여론 다양성 확대 등을 위해 보도·교양·드라마 오락 등을 균형있게 편성하겠다는 경영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부분 종편들은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대신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고 모태인 신문사를 배경으로 안정적 시청률을 보장할 수 있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종편 4사 중 정규 드라마를 편성하는 곳은 JTBC 한 곳 뿐. TV조선은 100억원을 투자한 '한반도'가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종영된 뒤 보도·시사 중심으로 편성을 조정했다. MBN은 초기 시트콤에 주력했지만 주목받지 못하면서 보도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이달 중순 종편 4사의 보도와 교양 프로그램 편성비율은 평균 42%, 34% 수준으로 편성의 약 80%에 육박한다.

한 방송학계 관계자는 "출범 초기 많은 제작비를 투입했던 드라마, 예능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생존을 위해 쉽게 가는 방향을 택했다"며 "특히 대선정국과 맞물려 정치평론가들을 출연시키면 손쉽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 최근에는 선거특수를 이용해 시청률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편의 재방송 비율도 높다. 지난 7월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MBN을 제외한 종편들이 60%에 육박하는 재방송 비율을 보였다. 10%대 후반의 지상파 3사 평균 재방송 비율에 비해 훨씬 높다.

◇시청률 0.5%…선정적·편파 방송에 무더기 심의제재

종편 콘텐츠의 선정성, 편파방송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에 따르면 종편이 지난 1년간 받은 법정 제재와 행정지도는 총 72건이다. 선정적 연출과 표현, 노골적인 간접광고 등이 문제가 됐다. 채널별로는 TV조선이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MBN이 19건, 채널A가 17건, JTBC가 16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 중 절반은 재허가 승인 심사에서 감점을 받는 법정제재다.

정치적 편향성도 문제가 됐다. 종편 4사가 1년간 총선·대선과 관련해 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받은 제재는 22건이다.

선정적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기대 밖이다. 현재 MBN, JTBC, 채널A, TV조선 등 4개 종편의 평균 시청률은 0.5%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MBN은 전국 유료방송 가입가구 기준 평균 0.64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가 0.565%로 뒤를 이었고, 채널A 0.552%, TV조선 0.432% 순이다.

저조한 시청률 속에 광고가 줄면서 종편들은 각사별로 수백원대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해 6월 기준 종편4사의 누적 순손실은 1197억원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시청률 저조로 광고가 줄고 돈이 없으니 콘텐츠 투자가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모체인 신문사 후광에 힘입어 사업 초기에는 광고 수주가 됐을지 몰라도 1년이 지나고 시청률이라는 객관적 지표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관행이 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용창출은 잘 됐을까. 1년전 방통위는 종편으로 인해 2만1000여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방통위가 발간한 '2012년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종편 종사자는 1319명에 그친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 7월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종편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일자리 창출은 (당초 계획대로) 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시인했다.

◇종편이 공공성 갖춘 보편적 서비스?…법제 점검 시급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의무재송신, 지상파에 인접한 10번대 ‘황금채널’ 배정, 광고직거래 등은 대표적인 종편 '특혜' 정책으로 꼽힌다.

방송업계에서는 종편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같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이미 왜곡된 정책방향과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나온 결과물을 두고 정부가 다시 어찌할까를 논의한다면 살리는 쪽으로 밖에 결론이 나지 않고 또 다른 특혜와 소모적 논쟁만 낳게 된다"며 "과연 종편이 공공 자산인 전파를 사용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 엄격하게 따지고, 출범당시 제출했던 사업계획서를 공개해 제대로 이행을 하고 있는지 방통위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숙 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편에 대한 의무재송신 규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여기서부터 다른 채널과의 형평성,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왜곡 문제가 생겼다"며 "보편적 서비스가 무엇인지, 그렇다면 그것에 포함돼야할 방송은 무엇인지 기본법제부터 점검한다면 종편에 대한 정책적 방향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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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에디터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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