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합병 KT, 편치않은 4주년

[기자수첩]합병 KT, 편치않은 4주년

강미선 기자
2013.06.14 05:13

제가 지금 (저 문으로) 나가면 되겠습니까."

지난 11일 열린KT(60,400원 ▼500 -0.82%)간담회. 이날 자리는 KT·KTF와의 합병 4주년 성과를 공유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었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시종일관 이 회장의 거취에 쏠렸다. 회사가 발표한 투자 및 일자리 창출 계획 보다는 '사퇴설'과 관련된 질문이 잇따랐고 이 회장은 "바깥에서 그렇게 떠드는 데도 KT가 흔들리지 않고 놀랍도록 일을 착실히 해나가지 않느냐, 그렇지 않길 원하냐"며 에둘러 말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KT의 한 직원은 "오늘 발표에 준비한 게 참 많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4주년을 기념하는 회사 잔칫날, 회사가 아닌 회장에게 과도하게 쏠린 관심이 아쉬웠다는 얘기다. 사퇴설에 대한 입장을 물을 수밖에 없는 기자 역시 씁쓸하긴 마찬가지였다.

KT는 민영화된 지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태생이 공기업이란 이유로 정권 교체기마다 수장 교체설 등으로 홍역을 치러왔다.

최근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공기업 기관장 사퇴표명이 잇따르면서 이 회장의 사퇴설이 퍼졌다. 건강악화설, 자진사퇴설 등 시나리오도 다양하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 보장돼 있다.

치열한 통신업계 경쟁에서 땀을 흘리고 고민해야할 직원들은 루머가 어떻게 퍼졌는지 확인하고, 해명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루머가 사실이면 어쩌나, 수장이 바뀌면 우린 어떻게 되나' 조직원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KT는 공기업이 아니다. 한국통신이 아닌 KT로 불린 지 오래다. 공기업 분위기를 벗어던지기 위해 '올레(olleh)'를 외치고, '아이폰'을 도입하며 혁신을 주도하기도 했다.

태생이 공기업인데다 국내 최대 네트워크 사업자인만큼 KT에 대한 국민 인식이나 기대수준이 공공성·공익성에 맞춰있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지분이 1%도 없는 민영기업의 지배구조를 정권교체기마다 정부가 흔들 근거는 없다.

민영기업의 수장이라면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항상 능력과 성과를 평가받아야 하는 게 기본이다. KT의 지배구조 역시 이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런 기본이 지켜지지 않고 항상 외풍에 시달리며 장기 비전을 그리기 어렵다면 직원도, 기업도, 국민도 불행한 일이다.

KT 역시 외부 시선이 바뀌길 기대하는 만큼 스스로 공기업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치열한 노력과 혁신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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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에디터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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