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게임중독 최고의 예방주사는?

[우보세]게임중독 최고의 예방주사는?

강미선 기자
2019.05.21 08:54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최근 갔던 쇼핑몰 지하 푸드코트. 진동벨이 울리길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가까운 테이블 3곳 모두 가족 손님이다. 식사가 나올 때까지 풍경은 놀랍도록 똑같았다. 아빠는 모바일게임, 엄마는 카카오톡, 자녀는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느라 대화는커녕 서로 얼굴 볼 틈이 없다. 정적을 깬 건 음식이 나왔다는 진동벨 알람. 이 중 한 가족의 역할분담은 다소 충격이었다. 서로 말없이 잠시 눈빛을 교환하더니 엄마가 3명의 식사를 모두 가져온 것. 아빠는 게임을 중간에 멈출 수 없고, 아들도 보던 영상을 마저 봐야하니 그나마 분초를 다투지 않는 카톡하던 엄마가 자리를 뜨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는 판단이었나 보다.

어렸을 때 장면이 스쳤다. 나는 가족과 이럴 때 무엇을 했나. 가위바위보, 쌀보리 게임, 끝말 이어가기를 하다가 가끔 딱밤 맞기를 더해 승부욕을 불태웠던 기억이 났다. 가족과 손이 닿았고 눈을 바라봤고 함께 웃고 화도 냈다. 기다림은 지루하지 않았고 밥은 더 맛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안을 추진하면서 게임의 유해성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즐기는 놀이문화냐 담배·술처럼 통제하고 치료해야할 대상이냐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에는 게임에 빠져 아이를 구타한 부모, PC방에서 게임만 하다 숨진 10대 등의 사례들까지 더해지면서 부정적 인식은 더 확산되고 있다.

게임중독이 WHO 질병코드로 등재되면 우리나라도 논의를 거쳐 질병분류에 이를 반영한다. 게임 과몰입이 나쁘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질병코드 등재 과정에서 우려되는 건 '게임=질병'으로 단순화해 '게임'을 결과가 아닌 모든 것의 '원인'으로 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버스·지하철에서 게임에 눈을 떼지 못하는 성인들, 게임하게 해주면 밥도 먹고 학교도 가겠다는 자녀가 왜 그런지 사회·문화적 접근을 병행하지 않고 '질병'이라고 낙인찍는 건 문제해결의 길이 아니다. 최근 5년간 수도권 초·중·고생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게임 중독의 주원인이 자기 통제력 상실, 부모의 영향력, 학업 스트레스로 나타났다는 결과도 있다.

게임이 없다면, 내 손에 스마트폰이 없다면 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무엇을 하고 싶은가. 아이에게 눈길 한번 더 줘야할 시간에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부모는 아닐까, 아이의 질문에 "검색해봐"라고 습관적으로 답한 적은 없나. 부모와의 질 높은 상호작용이 가장 확실한 평생의 예방주사는 아닐까. 나와 내 가족이 게임질병의 '잠재적 환자'가 되기 전 모두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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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기자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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