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제18기 기보벤처캠프 IR데모데이×시리즈벤처스' 행사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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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전처리 과정에서 얼마나 고순도·고수율의 블랙매스(폐배터리를 분해·파쇄한 뒤 얻는 검은색 분말 형태의 중간 원료)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정철원 디알티(DRT)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공덕 2층 네트워킹존에서 열린 '제18기 기보벤처캠프 IR데모데이×시리즈벤처스'에서 자사의 '연속식 열분해 기술'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정 대표에 따르면 현재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에 주로 사용되는 '로터리킬른' 방식은 고온 공정에서 화재·폭발 위험성이 크고, 반대로 온도를 낮추면 유기물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아 추가 열처리가 필요한 문제가 있다.
디알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산소를 차단한 상태에서 원료를 연속적으로 투입·배출하는 무산소 연속식 열분해 공정을 개발했다. 정 대표는 "동일 처리량 기준 기존 로터리킬른 대비 투자비용은 약 50%, 운영비용은 57%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디알티를 비롯해 반도체 소재, 수소에너지, 친환경 소재,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들이 무대에 올라 자사의 기술력과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기술보증기금의 대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기보벤처캠프'는 민간 AC(액셀러레이터)와 협력해 유망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선발 기업에는 보증·투자 등 금융 지원과 함께 R&D(연구개발), 기술이전, 사업화 연계 등 비금융 지원도 패키지로 제공한다.
올해 제18기 기보벤처캠프에는 총 70개 스타트업이 선발됐다. 이날 열린 데모데이는 운영사인 시리즈벤처스가 육성 중인 △몰더코리아 △마크웍스 △자블리 △사이클엑스 △디알티 △이유텍 △애드벤처 △뭉클랩 △타이어케어컴퍼니 △더블커런트 △코파 △파란 △쿨스 △크로스컴바인 등 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하반기 예정된 제18기 기보벤처캠프 통합 IR 데모데이에 참가할 기업을 선발하는 예선 성격의 무대였다.
디알티에 이어 이유텍은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수소로 전환하는 차세대 수전해 시스템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전유택 이유텍 대표는 "핵심 부품인 분리판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 운전 속도를 2배 이상 높였고 부품 수를 줄여 비용절감 효과도 확보했다"며 "올 하반기부터 소형 및 중대형 스택 상용화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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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은 이유텍의 내구성과 신뢰성 검증수준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한 심사위원이 "가속 노화 테스트 결과가 어느 정도 확보됐느냐"고 질문하자 전 대표는 "현재까지 500시간 수준 테스트를 진행했고, 내부적으로는 최소 1만 시간 이상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는 24시간 계속 가동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운용 기간은 4~5년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몽클랩은 '스프린터블'이라는 AI 에이전트 운영체제(OS)를 소개했다. 이 시스템은 사람이 업무를 AI에 위임하고, AI가 분석·실행한 결과를 다시 사람이 승인·반려하는 구조를 갖췄다. 특히 모든 작업 기록이 남고 인간이 최종 통제권을 가진다는 점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심사위원들은 실제 조직 안에서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어떻게 함께 일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윤도선 뭉클랩 대표는 "현재 제품 개발과 CS, 운영 자동화 영역에서 이미 6개의 AI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각각의 AI가 따로 움직이며 데이터 관리가 어려웠지만 이를 통합·관리하기 위해 스프린터블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반도체 칩과 기판 사이의 틈을 메워 접착과 보호 역할을 하는 언더필 소재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코파는 지금의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려면 안정적인 첨단 패키징 소재 공급망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더필은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같은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서 핵심 소재로 꼽힌다.
박기남 코파 대표는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반도체 패키징용 접착 소재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며 "2019년 일본 수출규제 당시 한국 반도체 산업이 공급망 리스크를 직접 경험했던 것처럼 접착 소재 국산화는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데모데이 심사 결과 우수기업으로는 애드벤처(분해 제어형 친환경 고분자 소재), 디알티, 이유텍, 뭉클랩 4곳이 선정됐다. 특히 디알티는 제18기 기보벤처캠프 최종 라운드인 통합 데모데이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송주영 기술보증기금 부산콘텐츠벤처투자금융센터 부지점장은 대회총평에서 "일부 테크·딥테크 기업들의 경우 최근 시장 트렌드와도 맞물려 있어 조금만 더 준비가 이뤄진다면 다수 투자사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조기환 페이스메이커스 대표는 "각 산업에 맞춤형으로 AI를 녹여내고 데이터 축적을 가속화하는 '듀얼 엔진 생태계'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확장성이 크게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데모데이에 참여한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참가기업 상당수가 프리A(Pre-A) 단계에 몰려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시드 단계는 팁스(TIPS) 등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비교적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직전인 프리A 단계는 오히려 투자유치가 가장 어려운 시기 중 하나"라며 "아직 뚜렷한 매출이나 성과 지표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 투자사들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프로그램은 바로 이러한 투자 공백 구간을 메워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기술보증기금의 지원은 기업들이 안정적인 매출과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