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의 이름은', '최애의 아이'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콘텐츠 기업 '가도카와'의 실적이 반토막 났다. 가도카와는 출판 만화부터 애니메이션, 인터넷 콘텐츠까지 종합적으로 다루는 일본 대표 콘텐츠 기업이다. 가도카와 실적 부진 원인 중 하나로 장르 편중 현상이 꼽힌다.
2일 웹툰업계에 따르면 가도카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40억엔(약 379억원)으로 전년(89억엔, 약 841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애니메이션 등 전반적인 콘텐츠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캐시카우였던 출판 사업 영업이익이 2024년 32억엔(약 303억원)에서 지난해 95억원의 적자로 돌아선 여파가 컸다.
현지에서는 가도카와의 실적 악화 원인으로 웹소설 원작 판타지와 이세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 등 특정 장르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꼽는다. 이는 가도카와 역시 스스로 IR 보고서에 언급하기도 한 내용이다. 검증된 흥행 공식이 생기자 공식을 충실히 따른 작품들이 쏟아졌고 결국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다. 유사한 기획이 늘어나며 기존의 참신한 시도도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기감을 느낀 가도카와는 편집자를 적극 채용해 작품 간행 수를 늘렸으나 마찬가지로 기존 흥행 공식을 답습해 완성도와 참신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늘어난 작품 수에 비례해 홍보와 판촉 비용이 증가했고 출판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장르 편중 문제는 국내 콘텐츠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나 혼자만 레벨업'이 꼽힌다. 이 작품은 웹소설을 시작으로 웹툰, 애니메이션,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며 국내 대표 IP(지식재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성공이 역설적으로 콘텐츠 다양성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수의 제작사와 플랫폼이 나혼렙의 성공 공식을 답습한 작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유사한 설정과 서사가 범람하게 됐다는 것이다.
웹툰 산업이 급성장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NAVER(271,500원 ▲37,500 +16.03%))와 카카오(42,700원 ▲750 +1.79%) 등 대형 플랫폼은 웹툰을 대중문화의 주류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지만, 수익성을 중시하는 과정에서 검증된 인기 장르 중심의 편성을 강화했다. 그 결과 많은 작품이 이른바 '회빙환'(회귀·빙의·환생) 장르에 집중되며 소재와 서사의 다양성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플랫폼도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네이버웹툰은 '도전만화'와 '지상최대공모전', '연재직행열차' 등 창작자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여러 장르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있다. 올해 지상최대공모전에는 '무협 특별상'을 신설해 무협 장르 발굴에 나서기도 했다. 또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추천 시스템 '알딱센'으로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웹툰을 추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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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장르 투고로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있다. 이달 10일까지 드라마 장르 웹툰을 모집하며 다채로운 작품을 발굴하고자 △유쾌 △도파민 △낭만 등 3가지 무드로 작품을 접수한다. 지난 4월에는 소프트 BL(Boys Love) 장르의 기획 단편선을 선보이기도 했다. 소프트 BL 장르를 공모한 것은 처음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마추어리즘에서 비롯되는 다양성과 실험 정신이 유지돼야 한다"며 "유행을 좇는 콘텐츠만 반복될 경우,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언제 성장세가 꺾일지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