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보스잡고 부부됐다"…게임이 이어준 백년가약

"같이 보스잡고 부부됐다"…게임이 이어준 백년가약

이정현 기자
2026.08.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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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파이널 판타지14' 콘셉트로 결혼식을 올린 일본인 커플. 2026.08.18./사진=SNS 캡처
게임 '파이널 판타지14' 콘셉트로 결혼식을 올린 일본인 커플. 2026.08.18./사진=SNS 캡처

#. 지난해 5월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서 커플 한쌍이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과 신부 의상을 갖춘 부부는 각자 한 손에 '검'과 '지팡이'를 들고 등장했다. 두 사람을 만나게 해준 유명 MMORPG(다접속역할수행게임) '파이널판타지14'(FINAL FANTASY XIV)에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두 사람은 게임 속 가상공간 중 하나인 '열두 신 대성당'을 재현한 버진로드를 걸어 입장했다.

게임 인구만 5500만명을 넘는 일본에서 종종 나오는, 게임으로 만나 결혼까지 성공한 커플 사례다. 이들은 현실보다 게임 속에서 오히려 상대의 진실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18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일본 고베시에서 열린 파이널판타지14 게이머 부부의 결혼식은 게임 전용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생중계되며 화제를 모았다. 대학 동창인 두 사람은 동아리 동료들과 게임에 빠져들었고 게임 속 보스 레이드 등 팀플레이 과정에서 급격히 가까워졌다. 파이널 판타지14의 개발·운영팀도 결혼식의 소품과 의상을 감수하며 두 사람의 인연을 축복했다.

두 사람처럼 일본 게이머들 사이 연애·결혼 사례는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일본 마케팅 플랫폼 스카이폴에 따르면 일본 내 게임 인구는 약 5553만명 중 약 20%가 게임을 계기로 연애를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남녀 모두 데이팅 앱이나 결혼정보회사보다 게임 내에서 만난 사람을 연애 대상으로 의식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파이널 판타지14' 콘셉트로 결혼식을 올린 일본인 커플. 2026.08.18./사진=SNS 캡처
게임 '파이널 판타지14' 콘셉트로 결혼식을 올린 일본인 커플. 2026.08.18./사진=SNS 캡처

일본에서는 이처럼 게임을 통해 사회적 접촉을 늘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키토 미에시 메이지가쿠인 대학 사회학부 교수는 "최근 게임 캐릭터 등을 통해 전보다 순수하게 내면을 기준으로 상대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사회심리학적으로 공통점을 느끼는 상대에게 끌리기 쉽고 같은 목적을 갖고 공동 작업을 하며 신뢰감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게임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김학균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지난해 5월 보고서에서 "콘솔 게임을 하는 이유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싶어서' 등 사회적 동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며 "게임이 개인적 즐거움을 넘어 또래 관계 형성과 유지에 기여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동적 멀티플레이 게임이나 커뮤니티 기반 게임은 이용자 간 상호작용을 유도하며 집단 내 역할 수행과 공동 목표 달성을 통해 사회적 유능감을 향상시킨다"며 "소통 능력과 협업 역량의 발달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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