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은 '가물가물', 10년전 일은 '또렷'…혹시 치매?

어제 일은 '가물가물', 10년전 일은 '또렷'…혹시 치매?

이지현 기자
2015.01.3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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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헬스&웰빙]치매의 모든 것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54세 주부 A씨. A씨는 요즘 들어 부쩍 심해지는 건망증 증상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전화기를 찾기 위해 한참을 돌아다니는가 하면 대화를 할 때마다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왜 그거 있잖아, 그거"라며 뜸을 들이곤 한다. '혹시 치매 초기 증상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조만간 동네 보건소를 찾아 치매 검진을 받아볼 생각이다.

치매는 노년기 가장 두려운 질환 중 하나다. 노인 10명 중 8명이 장수할 경우 가장 걱정되는 병으로 치매를 꼽을 정도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의 바탕에는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식이 틀렸다고 이야기 한다.

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의 10%는 완치가 가능하다"라며 "전체 치매의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역시 완치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진행을 억제하거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치매환자의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난폭행동과 수면장애, 의심, 환각, 우울 등 정신행동 증상은 치료에 더욱 잘 반응 한다"며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조기에 진료 받아야 한다"고 했다.

◇치매, 기억력 등 인지기능 저하돼 일상생활에 지장 초래하는 질환=치매는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인지기능은 기억력과 언어능력, 시공간파악능력, 판단력, 추상적 사고력 등이다. 이들 인지기능은 뇌의 특정 부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은 9.4%로, 전국에 58만 명의 치매 노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는 70가지 이상의 다양한 질환이 원인이 돼 발생한다. 노년기에 나타나는 퇴행성 치매로는 △알츠하이머병 △루이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이 있다. 이외에도 △뇌혈관 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 △갑상선기능 저하증 때문에 발생하는 대사성 치매 △비타민 B12 결핍성 치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치매 △뇌염 등 감염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치매 등이 있다.

◇치매 환자 70%는 알츠하이머병, 15%는 혈관질환 때문에 발생=치매를 유발하는 질환은 이처럼 다양하지만 여전히 치매 환자의 70% 정도는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발생한다.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에 의해 최초 보고된 이 병은 신경세포가 없어져 뇌가 위축되는 질환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15%는 혈관성 치매다. 뇌혈관 질환 때문에 뇌 조직이 손상을 받아 치매가 발생하는 것이다.

혈관성치매를 일으키는 뇌혈관 질환으로는 뇌혈관이 막혀 나타나는 허혈성 뇌혈관 질환과 뇌혈관이 파열돼 출혈이 발생하는 출혈성 뇌혈관질환이 있다.

치매환자가 보이는 대표 증상은 현저한 기억력 저하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 상실이 있다면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외에도 △언어 사용이 어려워지거나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는 경우 △판단력이 떨어져 잘못된 판단을 자주 하고 △익숙한 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치매 위험이 높다.

치매일 경우 △돈 계산에 문제가 생기고 △물건 간수를 잘못하며 △기분이나 행동, 성격에 변화가 있고 △자발성이 감소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동영 교수는 "주변 사람들이 느끼기에 이전에 비해 기억력이 확실히 떨어졌다면 주의해서 봐야 한다"며 "만약 최근에 나누었던 대화내용이나 했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특히 몇 십 년 전 옛날 일은 시시콜콜 잘 기억하지만 어제 있었던 일은 자꾸 잊어버린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치매 초기에는 먼 과거에 대한 기억은 잘 보존되기 때문이다.

치매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최대한 빨리 병원을 가야한다.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거리나 비용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이 꺼려진다면 가까운 지역 치매지원센터나 보건소를 찾아 무료 치매검진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치매 약 먹으면 최대 2년까지 진행 늦출수도=치매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을 땐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생활했던 가족이 동행해야 한다. 환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보호자의 이야기가 치매를 정확히 진단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병력을 청취한 후 빈혈검사와 간 기능검사, 신기능검사, 당뇨검사, 비타민검사, 갑상선기능검사, 지질검사, 흉부 엑스레이, 심전도, 소변검사 등을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뇌의 구조나 모양을 살펴보기 위한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기능 이상을 살펴보기 위한 양전자단층촬영(PET) 등도 필수다. 문답을 통해 기억력과 언어능력, 시공간파악능력, 판단력, 추상적 사고력 등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신경심리검사도 진행한다.

종합 검사를 통해 치매로 진단되면 원인에 따라 맞춤 치료를 한다.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일 경우 증상을 완화시키고 진행을 지연시키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를 처방한다. 이 약을 먹으면 치매의 진행을 6개월에서 2년 정도 늦출 수 있다.

신경수용체인 NMDA 수용체 길항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신경정신과적 약물도 투여한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비만, 흡연 등 혈관성 위험요인을 관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뇌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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