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FIP 서울총회서 '돈 쓰고 시간 버린' 제약사

[기자수첩]FIP 서울총회서 '돈 쓰고 시간 버린' 제약사

민승기 기자
2017.09.19 04:40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세계약사연맹(FIP) 서울총회가 지난주 막을 내렸다. 대한약사회는 행사 종료 후 "서울 총회에 94개국 해외약사와 약학자 1803명, 한국약사와 약학자 750여명이 참가했다”며 자축했지만, 거액의 비용을 들여 홍보부스에 참여한 제약사들은 반응이 달랐다.

FIP 서울총회는 시작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대한약사회가 제약사에게 요청한 FIP 서울총회 후원 홍보부스 비용이 너무 고가였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가 공개한 FIP 서울총회 후원 홍보부스 비용은 △다이아몬드 플러스 5억원 이상 △다이아몬드 2억원 이상 △플래티넘 1억원 이상 △골드 5000만원 이상 △실버 3000만원 이상 △브론즈 2000만원 이상 △실버스톤 1000만원 이상 등이었다.

국내 학술대회 행사 부스비용이 200만원~30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FIP 서울총회 행사부스 비용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고가 홍보부스’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약사들에게 자사 제품과 회사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고, 총 26개 제약사가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참여 제약사들은 생각치도 못한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홍보부스에 참여한 제약사들은 홍보는 고사하고 약사 구경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FIP 서울총회 주요 행사는 코엑스 북측에 위치한 그랜드볼룸에서 이뤄진 반면, 제약사 부스는 남측에 위치한 C홀에서 진행됐다. 약사들이 제약사 부스를 보려면 약 10분 가량을 걸어야 했고, 이는 약사들의 저조한 방문으로 이어졌다.

약사회 내부 갈등으로 국내 약사들의 참여율이 저조했던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평일날 홍보부스에 방문하는 약사는 20명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FIP 서울총회는 제약사들의 희생으로 약사단체의 배만 불린 '행사'로 마무리된 셈이다. 돈 쓰고 시간 버린 제약사들은 앞으로 약사회가 주최하는 행사때마다 FIP 서울총회를 기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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