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기력은 남성 건강의 상징으로 여긴다. 그런데 전 세계 남성의 10~20%가 발기부전을 겪을 정도로 이 질환은 매우 흔하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만 40세 이상 남성의 10명 가운데 4명이 발기부전을 호소하며, 그 인원만 2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흔히 많은 남성이 '발기만 잘 되면 발기부전은 아니겠지'라고 여긴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발기부전의 정의는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누리는데 필요한 발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뿐 아니라 △발기가 충분히 잘 되더라도 적절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까지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하면 발기부전으로 진단한다. 젊을 때는 발기력이 문제없다가도 나이가 들면서 발기부전이 생길 수 있다. 60대의 발기부전 환자는 30대보다 11배나 높다.
발기부전을 야기하는 원인 질환은 크게 네 가지로 꼽힌다. 첫째,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의 대사증후군이다. 이들 질환은 혈관 건강을 위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당뇨병을 앓은 지 오래되면 혈관 계통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키는데, 그중 하나가 바기부전이다. 남성 당뇨병 환자의 발기부전은 일반인보다 그 정도가 더 심각하며, 당뇨병이 있는 발기부전 환자는 당뇨병이 없는 발기부전 환자보다 경구용 치료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발기부전으로 치료받은 남성의 12%는 발기부전을 치료하면서 숨은 원인 질환으로 당뇨병이 있음을 찾아냈다. 이는 발기부전으로 내원한 남성이 당뇨병 검진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둘째는 심장질환이다. 발기는 심장에서 혈액을 강하게 펌프질하면서 시작한다. 따라서 혈액을 펌프질하는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발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펌프하는 혈관에 문제가 있는 동맥경화,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말초혈관 질환 등이 있을 때도 발기부전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비아그라는 당초 심혈관계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의외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게 발기부전이었다. 그만큼 발기부전은 심혈관계 전체 혈관, 뇌혈관, 말초혈관 전체 혈관의 탄성·수축·확장에 이상을 가져오는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발기부전으로 내원한 경우 심근경색·뇌경색 등 심뇌혈관 계통에 문제가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는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이다. '심인성 발기부전'은 성행위에 대한 불안,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오는 긴장과 스트레스, 특히 우울·불안한 정서와 관련이 깊다. 심인성 발기부전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발기부전은 스트레스나 불안 정도가 클 때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흥분해 혈중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의 양을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 혈관이 수축하며, 발기에 필요한 음경해면체 평활근의 이완을 방해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의 주요 증상 가운데 성적 욕구의 저하도 있다. 우울증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신경내분비계의 기능 이상은 발기부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발기부전을 유발·악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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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는 하부요로 증상 등 비뇨생식기 질환이다. 전립샘 질환이 있는 남성의 25~43%가 발기부전을, 24~70%는 성욕 감퇴를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만성 전립샘염 환자에게서 조루증, 사정통, 성욕 감퇴, 발기부전 등의 증상이 정상인보다 높게 발생한다.
다섯째는 흡연이다. 흡연이 가져오는 부작용 가운데 하나가 발기부전이다. 흡연은 음경에 혈류를 공급하는 내음부동맥과 음경동맥에 동맥경화를 초래하고, 발기조직인 음경해면체 평활근의 이완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다수의 역학조사에서 흡연하는 남성의 발기부전 발생률이 비흡연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수면 중 야간 발기를 측정하는 장치를 이용한 연구에서도 야간 발기의 횟수와 흡연량은 반비례했다. 반면 흡연자가 담배를 끊으면 발기부전 발생률이 다시 줄어든다.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발기부전의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담배를 끊을 경우 발기력이 회복될 확률이 높다.

병원에서는 △병력 청취 △신체검사 △검사실 검사 △전문 검사 등을 통해 발기부전을 진단한다. 그중 발기부전을 진단할 때 가장 먼저 시행하며, 가장 중요한 진단 과정이 '병력 청취'다. 발기부전의 기간, 정도, 성욕 감소 여부, 새별 발기 여부 등을 자세히 문진한다. 심혈관계 질환 유무, 심혈관계 위험인자 유무도 파악한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등 동반 질환 여부, 뇌졸중·우울증·흡연 여부,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여부, 콩팥·간 질환 등 만성질환 유무를 확인하며, 항고혈압제 등 발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도 본다. 또 골반·척수 손상 여부 또는 관련 수술 이력, 방사선 치료 여부, 직장·전립샘 수술 여부 등은 발기부전 진단에 따져야 할 요소다.
'신체검사'에선 혈압 측정과 함께 성기 바깥 부분에 대한 주의 깊은 검사를 실시한다. 음경포피의 기형, 왜소 음경, 음경 굴곡 유무 등을 조사하고, 고환의 크기·경도·대칭성 등을 확인한다. '검사실 검사'에선 기초 혈액검사, 생화학검사, 요검사와 당뇨병 검사, 콜레스테롤 수치 측정, 호르몬 검사도 시행한다. 갑상샘에 이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갑상샘자극호르몬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발기부전의 원인 질환을 찾았다면 원인 질환부터 치료해야 한다. 흡연, 비만, 운동하지 않는 습관 등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제로 규칙적인 운동만으로도 발기부전이 호전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체중 조절에 있어서는 전체 체중도 중요하지만 복부 비만의 교정이 특히 발기부전 개선에 효과적이다.
발기부전의 경구용 약인 포스포디에스테라제5(PDE5)억제제는 발기부전 환자의 1차 치료법으로 우선 적용한다. 비아그라(Viagra), 시알리스(Cialis)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들 약물은 적절한 성 자극이 선행돼야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시도에도 PDE5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으면 음경해면체 내 주사 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주사제에는 펜토라민, 파파베린, PGE1(프로스타글란딘이원) 등을 단독 또는 혼합하며 음경해면체에 직접 주사한다. 이 주사 요법에도 발기가 되지 않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음경 보형물 삽입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보형물 삽입술은 발기부전의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긴 하지만 침습적인 데다 비가역적 즉, 모양이 한 번 정해지면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치료법을 시행할 수 없을 때 한해 적용해야 한다.
음경 보형물 삽입술에는 '팽창형'과 '비(非) 팽창형'이 있고, 시술 후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기기 가격이 비싸며, 감염, 미란, 통증, 음경 굴곡, 기계적 기능부전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일단 시술받으면 자기 발기력은 완전히 잃으므로 선택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중 팽창형 발기 보형물은 음경에 넣는 실린더, 정관 쪽 방광 옆에 넣는 음경 팽창용 물주머니, 음낭(고환)에 넣는 작동 펌프 등 세 가지 부품이 들어간다고 해서 '세 조각 팽창형 발기보형물'이라고도 부른다. 평상시에는 생리식염수를 빼놨다가, 발기해야 할 때 펌프질하면 생리식염수가 음경으로 이동해 발기를 유도한다. 사용 후엔 음경을 눌러 생리식염수를 다시 물주머니로 이동시키면 된다. 이 수술을 받는 남성의 80%가량이 당뇨병 환자로 집계된다.
도움말=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김태범 교수, 한현호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