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빗장 풀린 신약, 처방액 30배 늘었다

건보 빗장 풀린 신약, 처방액 30배 늘었다

박정렬 기자
2026.02.09 04:10

13개 품목 원외처방액 분석… 1개 제품만 줄어
고령화·만성질환 등에 약제사용량 갈수록 늘어

2024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신약처방액이 전반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사이 최대 30배 증가한 품목도 있다. 정부가 국민의료비 부담완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재정균형을 고려한 급여조정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신약 급여 전후 처방액 비교.
신약 급여 전후 처방액 비교.

8일 머니투데이는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자료를 토대로 2024년 건보 급여에 진입한 신약 45개 품목 중 13개 품목에 대해 2년간 원외처방액을 분석했다. 이 기간 처방액이 감소한 제품은 항암제 '비라토비' 단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처방액이 최소 43%에서 최대 3500% 급증했다. 비라토비의 경우 환자 수가 워낙 적어서 처방 변동성이 크고 항암제 특성상 병원 내(원내) 처방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병원 외(원외) 처방이 줄어 이를 집계하는 유비스트 실적이 떨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 제약사 측 설명이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품목은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분야 최초신약 '캄지오스'다. 2023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고 2024년 12월 급여가 적용됐는데 같은 해 3억원에서 이듬해 98억원으로 처방액이 30배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도 2024년 10월 60세 이상과 기저질환자 등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된 후 41억원→794억원으로 처방액이 급증했다. 판성건선 치료제 '소틱투'는 2억원→25억원, 이차성 부갑상선 항진증 치료제 '올케디아'는 1억원→15억원으로 역시 10배 넘게 처방실적이 향상했다.

국산 37호 신약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도 눈에 띈다. 2024년 4월 허가를 받고 같은 해 10월 급여에 진입한 이 약은 1년여 만에 36억원에서 481억원으로 가파른 실적상승을 이뤄냈다.

급여의약품 품목 수는 매년 줄지만 비용은 반대로 팽창하고 있다. 고가신약에 속속 급여가 적용되고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로 기존 급여 약제 사용량도 증가해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건강보험 급여 약품비는 2020년 19조9100억원에서 2024년 26조8300억원으로 5년 새 7조원이나 늘었다.

효과 좋은 신약이 나와도 건강보험 재정은 제한적이라 모두 급여를 적용하긴 불가능하다. 그래도 '급여 진입→처방 증가' 효과가 크다 보니 국내외 제약사들은 너나없이 건보 급여 진입·유지에 사활을 건다.

신약이 아닌 제네릭(복제약)도 마찬가지다. 최근 제약업계는 정부가 제네릭 약가를 오리지널(원조약) 대비 53.55%에서 40%대로 인하한다고 발표하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인하로 남는 재정을 신약에 돌려 제약산업 전반의 '체질개선'을 촉진한다는 계획이지만 국내 제약사는 갑작스러운 약가인하가 매출감소를 유발하고 R&D(연구·개발) 투자를 위축시켜 신약개발을 되레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반박한다.

업계는 유비스트 자료 등을 토대로 2024년 기준 국내 매출 상위 10대 제약사 중 광동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보령, HK이노엔, 동국제약 7개사의 제네릭 급여가 현행 53.5%에서 50%로 인하될 경우 650억~660억원, 40%로 내려가면 3400억~3500억원의 손실이 각각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R&D 자금은 앞으로 출시될 신약이 아니라 기존에 급여 등재된 의약품 판매를 통해 마련된다"며 "혁신신약의 개발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국민의료비 부담완화 목적을 이룰 수 있게 정부가 시간을 두고 급여운영의 '묘수'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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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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