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약, 비싼 만큼 '제값'하나…3.6억 신약도 효과는 절반 안 돼

희귀질환약, 비싼 만큼 '제값'하나…3.6억 신약도 효과는 절반 안 돼

박정렬 기자
2026.02.18 09:18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초고가 신약 치료효과 실태발표 및 신속등재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초고가 신약 치료효과 실태발표 및 신속등재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정부가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를 천명하면서 고가의 신약에 대한 급여 검토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고가 치료제의 대다수는 희귀질환 치료제로, 건보재정 부담을 덜어낼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아울러 나온다.

18일 업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급여 상한금액이 1천만원 이상 약제 14개가 모두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척수성 근위축증(SMA)의 '원샷 치료제' 졸겐스마가 19억800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어 혈액암 CAR-T 치료제 킴리아가 3억6000만원, SMA 치료제인 럭스터나가 3억25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1~3위는 모두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 제품이다.

또 다른 SMA 치료제 스핀라자는 9200만원으로 4위, 방사성 의약품 루타테라는 2200만원으로 5위다. 이어 1000만원 이상 의약품은 면역항암제 여보이와 혈액암 치료제 베스폰사와 큐피스템, 콰지바, 일라리스, 헴리브라, 레모둘린, 렘트라다 등의 희귀의약품이 이름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열린 희귀질환 환우·가족 현장소통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열린 희귀질환 환우·가족 현장소통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희귀질환은 유병인구 2만 명 이하나 진단이 어려워 환자 규모 파악이 불가능한 질환으로, 우리나라는 매년 5~6만명의 신규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애초 환자가 적은 만큼 치료제 개발과 임상에 드는 비용이 막대해 희귀의약품은 약값이 비싸다.

건보재정 부담은 커지고 있다. 희귀질환를 비롯해 신약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고가 의약품(환자 1인당 연평균 의약품 소요 비용이 1000만원 이상)의 지출과 비중은 매년 확대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2014년 고가의약품 지출 규모는 5400억원에서 2023년 2조3400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의약품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4%에서 9%로 두 배 넘게 올랐다.

그러나 최대 수억 원대에 달하는 초고가 신약의 치료 효과에 대해 의문 부호가 켜지면서 '속도' 중심의 정부 급여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신속한 통과만큼 사후 평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보급여 등재 기간을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줄인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 없이는 재정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지난 9일 기자회견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심평원이 무진행 생존율 등을 지표로 CAR-T 치료제 킴리아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사용 환자의 59%는 치료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SMA 치료제인 럭스터나와 스핀라자의 운동기능평가에서도 효과가 나타난 비율은 5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약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걸맞지 않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부의 신속 급여 정책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의 절박함을 방패 삼아 효과가 불확실한 약을 빠르게 들여오는 데만 매달려선 안 된다"며 "기대에 못 미치는 신약은 (환자에게) 또 다른 좌절과 실망을 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건강보험)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후에 더 좋은 약이 나왔을 때 제도권에 들어올 수 있을지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면서 △신약 효과 평가 결과 전면 공개 △엄격한 사후 평가 체계 구축 △고가 신약에 대한 재정 관리 방안 제시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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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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