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20년을 말한다]고상두 연세대 교수 "경제통합이 사회통합 열쇠"

고상두 연세대 교수(유럽지역학·사진)는 독일의 천문학적 통일 비용이 사유화 실패에서 초래됐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한반도의 경우 통일 비용을 세금에 의존하기보다 정교한 사유화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고 교수는 4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통일 당시 서독 정부는 동독의 기업과 부동산 등을 사유화하면 약 5000억 서독마르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유화 결과 2000억 마르크가 넘는 적자를 내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통일 비용의 주요 재원을 얻으려던 사유화에 실패하자 세금으로 이를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사유화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독일 정부는 동독에서 히틀러 집권기에 재산을 뺏긴 사람, 공산화 이후 재산을 몰수당한 사람들에게 현물 반환을 약속했다. 이에 줄지어 재산반환 신청이 들어오면서 소유권 정리가 어려워졌다. 소유권이 불명확하니 사유화를 진행하는 신탁관리청은 공매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기업의 경우 통일 이후 혼란기에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사유화가 난항을 겪었다.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을 비싸게 사려는 인수자가 없던 데다 임금, 시설보수 등 운영유지비는 꾸준히 나가야 하니 신탁청이 이중 부담을 안았다.
고 교수는 "기업 사유화는 매각 수익보다 많은 돈이 들었고 급기야 고용승계 조건으로 헐값에 기업을 사유화했다"고 말했다.
치밀한 사유화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사유화 파행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국내의 통일세 논의에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1987~95년 독일에 머물렀던 고 교수는 "통일세는 당시 독일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회고했다. 이어 "통일 비용이 엄청날텐데 그 재원을 완전히 세금으로 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방법"이라며 "사유화에 성공하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투자를 통해서도 통일 비용을 조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이 외국인 자본을 잘 유치했다"며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북한의 경우에도 외국 자본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당초 예상과 동떨어진 사유화 결과에 따라 '연대세'라는 이름으로 통일 비용을 충당했다. 그 결과는 독일의 고질병인 동서갈등으로 남았다. 서독 출신들은 '우리가 동독을 먹여 살렸다', 동독 출신들은 '우리도 고생 많이 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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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교수는 독일 통일의 교훈에 대해 "통일세의 예에서 보듯 경제통합에 실패하면 사회통합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는 후발 주자이므로 (통일 선배인) 독일보다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