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전환함정'에 빠진 중국의 5가지 고질병

'구조전환함정'에 빠진 중국의 5가지 고질병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2.01.09 11:30

[차이나 워치]칭화(淸華)대 ‘사회진보연구보고서’ 지적

‘돌 다리를 쓰다듬는데 정신이 팔려 강을 건너려 하지 않는다.’

칭화(淸華)대학교 사회진보연구소는 8일 발표한 ‘중국의 사회진보 연구보고서’에서 중국이 현재 ‘구조전환(쭈안싱, 轉型) 함정’에 빠져 변화와 개혁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중요한 개혁조치의 시행이 지연되고 정치체제개혁은 한발도 진전되지 않아 체제개혁은 이미 곤란한 지경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쑨리핑 칭화대 사회학과 교수가 8일 열린 '중국 및 세계경제포럼; 2012?!'에서 "중국이 구조전환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쑨리핑 칭화대 사회학과 교수가 8일 열린 '중국 및 세계경제포럼; 2012?!'에서 "중국이 구조전환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 집필을 주관한 쑨리핑(孫立平) 칭화대 사회학과 교수는 “1980년대의 특징은 개혁이었고 90년대는 전반부에 개혁, 후반부에 개방이 시대의 흐름이었다”며 “최근 10년 동안은 현상유지가 가장 기본적 기조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이 중등소득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와 개혁이 정체 또는 후퇴 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실제적으로는 구조전환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쑨 교수가 지적하는 구조전환함정이란 개혁 및 구조전환 과정에서 기득권 계층이 형성돼 이 계층이 추가적 변혁을 억제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기득권 계층이 과도기 체제를 고정화하기를 요구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혼합형 체제’가 형성돼 경제발전의 기형화 등 각종 경제사회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중국은 과거에 점진적 개혁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는데 점진적 개혁은 전환 과정에서 정체 및 고정화 기회가 많기 때문에 구조전환함정에 빠질 위험이 매우 높다”며 “개혁 초기에 당시 상황을 감안해 ‘돌다리도 두드리며 강을 건넌다’며 점진적 개혁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돌다리 쓰다듬는데 정신이 팔려 강을 건널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상태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구조전환함정’의 5가지 고질적 증상도 제시했다.

첫째 경제발전의 보폭이 느리고 기형적이다. 중국 경제에서 가장 현실적 문제는 정체가 아니라 기형적 발전이다. 민영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어려움에 겪고 있어 경제활동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정부에 기댄 경제활동은 나날이 활발해지고 있다. 낙후된 지역의 발전과 공업화 및 도시화 잠재력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정체에 반대하고 성장률을 다소 떨어뜨리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바로 양을 늘려야 한다는 ‘쩡량(增量)의존증’이다.

둘째 과도적 체제의 고정화이다. 지도자 측의 개혁의지 약화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개혁에 대한 회의가 발생하며 개혁 동력이 상실되고 있다. 기득권층이 개혁을 왜곡시키고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집단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일반 대중의 개혁에 대한 거부감을 유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불합리하게 높은 약값을 인하해야 하는 등 의료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병원진료비를 높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게 대표적이다.

셋째 사회 분위기 및 일반 대중의 사기저하다. 여러 가지 높은 벽들이 생기면서 사회의 활력이 떨어지고 부자를 미워하고 가난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정서가 두드러지고 있다. 농민과 농민공(도시에서 공장 노동자로 생활하는 농민) 및 도시저소득 계층들은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다.

넷째 사회 모순의 근본 원인에 대해 잘못 판단하고 현상유지하려는 정책이다. 개혁개방이 진행되면서 사회적 모순이 두드러지자 변화보다는 현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장 경제로 전환하면서 당연히 나타나는 모순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면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다섯째 부패와 사회 붕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방정부가 통제력을 잃어가면서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능력도 저하되고 있다.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도덕윤리가 상실되고 직업윤리가 약해지면서 부패가 만연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구조전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4가지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자유 이성 개인권리 시장경제 민주정치 법치사회 등을 핵심 가치로 하는 ‘세계주류문명’으로 확실히 진입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천명하는 것이다.

둘째 정치체제의 개혁을 통해 사회의 활력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쑨 교수는 “정치 체제의 개혁 및 사회건설은 구조전환함정에서 탈출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블랙박스 조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권력을 공개하고 제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정치개혁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셋째 대중이 참여하는 가운데 개혁의 청사진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개혁이 기형적으로 추진된 이유중 하나는 대중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상주의가 개혁을 추진한 뒤 이익이 개혁의 중요한 요인이 됨으로써 뒤틀려진 개혁을 옳은 방향으로 다시 잡아야 한다.

넷째 공평하고 정의로운 개혁에 대해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 구조전환함정에 빠지게 되면서 사람들은 공정과 정의가 파괴됐다는 데 불만이 많았다. 민주와 법치가 미래의 중국 개혁에 핵심 내용을 형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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