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원두값 내려도 '요지부동', 오를 땐 귀신같이 '인상'

새해 초부터 커피 원두값이 또 내려 13년 사이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습니다. 전세계 커피 원두의 70%를 차지하고, 스타벅스 등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사용하는 아라비카 품종 얘기입니다.
그런데 스타벅스 같은 업체들의 커피 가격은 매년 오르기만 하고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원두값이 폭락할 때면 나오는 '커피값은 그대로'라는 기사에는 커피 한잔의 가격에서 원두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안된다는 게 이유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원두값이 폭등할 때 업체들은 그걸 구실 삼아 커피 가격을 인상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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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으로 싼 원두값… 왜 가격은 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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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커피 원두값이 역대급으로 낮은 해였습니다. 지난해 12월 아라비카 국제 평균 거래 가격은 파운드당 1.136달러로 2005년 이후 최저치였습니다. 지난달 31일 마지막 거래 가격은 1.0185달러까지 낮아졌고, 이어 새해 들어서도 지난 4일 1.016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입니다.
최근 10년을 놓고보면 아라비카 원두값은 2011년과 2014년 두 번의 폭등과 급락이 있었는데, 2014년 이후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스타벅스는 커피값을 매년 1% 남짓 인상해 왔습니다.
커피값이 이렇게 원재료값과 상관없이 오르는 건 사실 20년이 채 안된 얘기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불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커피숍은 세계 금융시장의 거래 중심지였다"면서 "당시엔 런던에 가서 커피만 마셔도 원두 상품 거래가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전했했습니다. 커피 원두값은 날씨나 환율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만 마셔도 원두 가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NYT는 "이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면 불 마켓(장기간에 걸친 강세장) 신호만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커피값이 점점 원재료값에 둔감하게 변한 이유는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업체들이 급격한 환율 변화나 원두 생산량 변화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헤지(hedge)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는 안정적으로 원두를 확보하기 위해 시세보다 조금 높은 가격에 장기 및 대량 구매 계약을 체결한다고 합니다. 최근 수년 새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이런 계약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원두값이 급격하게 하락하면 단기적으론 손해를 입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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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쉬 스미스 캐피탈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대형 커피 업체들은 갑자기 원두가 동나거나, 원두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상황을 버틸 수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스타벅스 등 대형 업체들의 커피 한잔 가격에서 원두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원두값이 급변해도 영향을 덜 받는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시장에서는 나머지 90%에 점포 확장을 위한 부동산 매입비 또는 임대료비, 최저임금 상승 등에 따른 인건비와 복지비, 마케팅 비용 등이 반영된다고 분석합니다.
원두값이 내릴 땐 이 같은 이유들이 나오면서 커피 가격이 좀처럼 내리지 않지만, 막상 스타벅스는 원두값이 급등하면 이를 구실로 가격을 올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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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값 영향 없다며…오르면 가격은 왜 또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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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업체들은 원두값이 내려도 커피값이 변화하지 않는 이유를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가격이 폭등해도 가격이 크게 변화하진 않아야 할 듯합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두 차례 원두값이 폭등할 때마다 커피 가격은 올랐습니다.
이중 첫 번째인 2011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5월 한때 아라비카 원두값이 파운드당 3달러를 넘는 등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스타벅스가 슈퍼마켓 등에서 파는 블렌딩 원두 가격을 17%나 올렸다고 보도했습니다. 2009년 4% 인상 이후 첫 주요 인상이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앞서 원두값이 오름세였던 2010년 9월부터 원두값 상승을 이유로 원두가 많이 들어가거나 만드는 데 노동력을 많이 요하는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예고한 후, 다음해 3월 소폭 인상을 하고 두달 사이 또 값을 올린 것입니다.
당시 블랜딩원두를 판매하는 업체 스머커는 제품 가격을 38%, 크래프트는 56%, 맥스웰커피는 22% 올렸으니, 스타벅스는 오히려 조금 올렸다고 칭찬할 수도 있습니다.
2014년은 원두 최대 생산지인 브라질에서 가뭄이 일어나 가격이 폭등했던 해였습니다. 이 해 6월 원두값 상승을 이유로 매장 내 일부 커피 제품 가격을 5~20센트 올린 스타벅스는 슈퍼마켓에서 파는 볶은 원두 제품도 1달러씩 가격을 올렸습니다. 이후 2015년 7월까지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44%나 빠졌는데 스타벅스는 같은 달 오히려 커피 제품류 가격을 다시 1%가량 인상합니다.
2016년 11월에는 미 대선이 끝난 지 48시간 만에 콜드브루와 아이스 음료, 빵 종류에 한해 10~30센트 가격을 올렸고, 2017년에는 10~20센트 인상을, 지난해 6월에도 일부 제품 가격을 10~20센트씩 올렸습니다. 매년 최소 1%대의 가격 인상을 시행했습니다. 2017년과 지난해는 특히 원두값이 파운드당 1.13달러 수준까지 낮아졌는데 여전히 가격을 인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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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아닌 우린 커피값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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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미국 뉴요커들은 맨해튼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1.25달러를 주면 톨사이즈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었는데, 어느새 2달러 시대를 돌파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오늘의 커피가 같은 사이즈로 3800원이지만 미국인들에겐 커피 한잔에 2달러가 웬말이냐며 분노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커피 프랜차이즈의 대표주자인 스타벅스는 이처럼 매년 가격을 올려왔지만, 원두값에 따라 가격을 내리는 업체도 있습니다.
2014년 원두값이 한때 전년대비 2배 폭등하며 파운드당 2달러선을 넘자 스타벅스와 던킨도너츠는 일제히 가격을 올렸습니다. 이듬해 원두값이 44% 폭락했을 때 스타벅스는 가격을 1% 더 올린 반면, 던킨도너츠는 기존에 9% 올렸던 가격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렸습니다. 소비자들이 커피 한잔을 마시는 데 주저하게 되고, 결국 더 저렴한 커피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보다는 공간과 문화를 판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스타벅스가 커피값을 올릴 때마다 문제를 제기하는 게 왠지 금기시되는 느낌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원두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해도, 값이 떨어지면 누군가는 커피 가격도 같이 내린다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