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힙합 정신 팔아버렸다" … 지난해 초 힙합 규제한 中 정부 옹호하는 꼴

랩은 원래 체제에 반항하는 음악이다. 억압받거나 경찰의 부당한 표적이 되곤 했던 미국의 흑인들이 불만을 표출하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중국 래퍼들로부터는 이러한 저항정신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화권 스타들에 이어 래퍼들마저 홍콩 시위대를 비판하고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고 나서면서다.
2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어떻게 중국 래퍼들이 홍콩 시위대를 맹비난하고 경찰을 지지하면서 힙합의 신념을 저버렸는가(How Chinese rappers are selling out hip hop by slamming Hong Kong protesters and supporting police)'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중국 래퍼들이 팬들에게 경찰을 응원하고 권력에 굴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엑소의 레이, 중국 배유 유역비 등 중화권 스타들이 SNS에 '하나의 중국' 지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반항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래퍼들마저 홍콩 시위대에 등을 돌리고 본토쪽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하나의 중국'은 홍콩과 대만, 마카오는 중국이며 합법적인 정부는 중국이 유일하다는 원칙이다.
SCMP에 따르면 중국 힙합의 상징으로 꼽히는 하이어브라더스(Higher Brothers), 중국판 쇼미더머니 '랩오브차이나'에서 주목을 받은 래퍼 바바(Vava) 등을 포함해 일곱팀이 넘는 래퍼가 홍콩 시위대를 비판하고 나섰다. 바바는 SNS에 "난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나를 쳐도 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적힌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유역비, 엑소 레이가 올렸던 게시물과 같은 것이다. 바바는 해당 게시글에 "홍콩은 영원히 중국의 일부다"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하이어브라더스는 좀더 완곡하게 메시지를 표현했다. 네 명의 멤버 중 세 명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오성홍기(중국 국기) 사진과 함께 "중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 "내게 중국 국기(이모티콘)을 보내달라"는 문구를 함께 게시했다.

래퍼 그룹 시디 렙(CD Rev·Chengdu Revolution)은 홍콩 시위대를 디스하는 트랙을 발표하기도 했다. '홍콩의 몰락'이라 이름 붙인 이 노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를 합성해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는 발언도 있었다. 해당 노래에는 "14억명의 중국인이 홍콩 경찰 뒤에 굳건히 서 있다", "비행기, 탱크, 인민해방군이 선전에 모여들어 테러리스트를 쓸어낼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등 노골적으로 시위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SCMP는 "중국 래퍼들이 옹호하고 있는 체제는 지난해 초 중국 힙합을 금지했던 바로 그 체제"고 지적했다. 중국 미디어 검열당국인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은 지난해 1월 중국 방송국에 "힙합 문화, 하위문화, 퇴폐 문화를 묘사하는 문신 있는 가수를 출연시키지 말라"고 지시한 바 있다. SCMP는 "온몸에 문신을 하고, 퇴폐 문화를 암시하는 밴드 이름에, 미국 힙합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따온 하이어브라더스 같은 래퍼들이 갑자기 왜 애국심을 고취하게 된 것일까"라며 이들의 행보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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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점은 하이어브라더스는 2017년 클라켄플랩 페스티벌 등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등 홍콩 팬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SCMP는 "이들의 게시물은 많은 홍콩 팬들을 놀래켰을 것"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중국 래퍼들은 정부를 지지할 것을 선언하며 힙합 정신을 팔아버렸다"며 "(힙합이 아니라) 다른 장르로 봐야할 정도"라고 이들의 이중적 행보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