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노래가 낫다"…美 큰손들은 왜 '음악'을 사들이나

"금보다 노래가 낫다"…美 큰손들은 왜 '음악'을 사들이나

임소연 기자
2021.10.22 08:00

[MT리포트] '뮤테크' 시대, 음악에 투자한다④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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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곡 소유가 투자의 일종이 됐다. 유튜브뮤직,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음악 저작권이 '돈 되는 자산'이 된 것이다. 세계 1위 음악시장 미국에선 조 단위의 판돈이 오가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블랙스톤은 영국 음악 투자사 힙노시스를 통해 음악 저작권에 10억 달러(1조19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힙노시스는 비욘세, 엘튼 존 등 가수와 건즈앤로지스, 아이언메이든 등 밴드 매니저를 지낸 머크 머큐리아디스가 2018년 설립한 영국 상장사다. 힙노시스는 최근 3년간 17억5000만 달러를 들여 닐 영, 머라이어 캐리, 비욘세, 저스틴 비버 등 유명 가수들의 6만여 곡에 대한 저작권을 사들였다.

머큐리아디스는 음악 저작권을 금이나 원유 등 자원에 비유하며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 미국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에 따르면 머큐리아디스는 "금과 석유값은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오르내리지만 노래는 그렇지 않다. 노래는 늘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스톤은 음악 저작권 투자 수익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에 덩달아 저작권 수익도 오르리란 판단이다.

매출의 60% 이상이 스트리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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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저작권 시장이 투자자들의 격전지가 됐다.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 BMG 등 주요 음반사들은 음원 저작권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쏟고 있다. 미국 PEF 운용사 블랙스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등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카심 아바스 블랙스톤 수석 전무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스포티파이와 유튜브, 펠로톤, 로블록스 같은 플랫폼에서 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이에 입각한 투자와 관리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스트리밍 시장은 2016년까지만 해도 실물음반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았으나 큰 폭의 성장을 거듭했다.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음반 시장 매출의 약 62.1%가 온라인 스트리밍에서 발생했다. 인터넷의 광범위한 보급과 스마트폰, 블루투스, 스피커 등 디지털 장비 사용자가 증가한 게 주요 요인이다. 또 맞춤형 재생 서비스 등으로 음악 스트리밍 시장은 계속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히트곡의 저작권을 대량 소유하는 게 투자가 되는 배경이다.

비저너리 뮤직그룹은 지난 5월 영국 록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캘리포니아케이션'와 '스카 티슈' 등 히트곡들을 포함한 음반 카탈로그 판권을 1억4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크리스 자로우 그룹 설립자는 "노래 영역이 많은 투자자와 헤지펀드에 매우 흥미로운 자산 수준이 됐으며, 더 가열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들, 코로나 속 음악 권리 '현금화'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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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스타들은 조 바이든 정부가 양도소득세율을 본격 인상하기 전 보유 저작권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이 자신이 작곡한 모든 노래의 판권을 유니버셜 뮤직에 팔았는데, 4억 달러(47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닐 영도 올해 1월 힙노시스에 자신의 노래 판권 50%를 팔았다.

바이든 정부는 100만 달러(11억7800만원) 이상의 자산 매각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현재 최대 20%에서 37%로 인상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판권을 4억 달러에 판 밥 딜런의 경우, 20% 때 8000만 달러를 내는 것에서 37%로 오를 경우 1억4500만 달러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티스트들이 공연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도 음악 권리에 대한 '현금화'를 촉진했다. 투자자들은 음악을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자산으로 판단하면서 상호 수요가 맞아 떨어졌다. 음악 스트리밍은 코로나 등 전염병 이슈에 영향 받지 않았고, 오히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시장을 키웠다.

자로우는 "예술가가 평생의 작품을 수익화하고 유익한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놀라운 방법"이라며 "노래는 장기적 자본 이득의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것이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한다"며 "멋진 발전"이라고 덧붙였다.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SNS)의 부상이 전성기가 지난 명곡들을 다시 끄집어내면서 저작권 가치가 재평가되기도 한다. 지난해 틱톡에선 플리트우트 맥의 '루머스(Rumors)'라는 1977년 발매된 노래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자로우는 "이제는 그 노래가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새로운 세대에 재소개되기도 한다"며 "틱톡 등에 등장하는 카탈로그의 예측 불가능성도 구매자에게 큰 이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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