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남미 볼리비아가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반인륜적인 범죄를 벌인다는 이유에서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레디 마마니 볼리비아 외교부 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볼리비아는 가자지구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격적이고 불균형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세를 규탄하며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리아 넬라 프라다 볼리비아 외무장관 대행도 같은 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인류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민간인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정확한 단교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스라엘에 이같은 입장을 공식 통보했으나, 이스라엘 외교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 이후 이스라엘과의 국교를 단절한 건 볼리비아가 처음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좌파 성향의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데,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아르세 대통령은 전날 볼리비아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를 만난 뒤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자행되는 전쟁범죄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볼리비아는 이미 유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바 있다. 좌파 성향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9년 팔레스타인인 1400여명이 숨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집단 학살'이라고 비난하면서 단교를 선언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14년 이스라엘이 재차 가자지구를 침공하자 이스라엘을 테러 국가로 지정했고 이스라엘과 비자 면제 협정도 철회했다. 그러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 퇴진 직후인 2020년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이번 전쟁 국면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최근 엑스(옛 트위터)에 "이스라엘과 단교할 것을 볼리비아 정부에 요구한다"며 "이스라엘을 테러 국가로 선포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그 공범들에 대한 전쟁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볼리비아의 단교 결정이 남미 이웃 국가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좌파 정부가 집권 중인 칠레, 콜롬비아, 브라질 등은 팔레스타인 편에 서서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 없다"며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불러들였다고 밝혔다. 페트로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공습한 이스라엘을 '나치'에 비유해 이스라엘과 외교적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칠레 정부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르고 있는 "용납할 수 없는 국제인도법 위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텔아비브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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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좌파의 대부'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를 파괴하고 싶어 하지만 그곳에는 하마스뿐만 아니라 이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인 여성과 어린이도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