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동결 자금도 맡은 나라, 어떻게 인질 석방 '중재자'가 됐나

韓 동결 자금도 맡은 나라, 어떻게 인질 석방 '중재자'가 됐나

박가영 기자
2023.11.03 06:11

[이·팔 전쟁]

중동의 작은 나라 카타르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국면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아랍과 이란·이슬람 조직들과 미국·이스라엘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역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온 카타르가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면서다. 세계 외교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와 함께 하마스와의 관계를 재고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넘어가는 라파 국경에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넘어가는 라파 국경에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미국의 주요 동맹이자 하마스의 돈줄

1일(현지시간)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탈출로'가 열렸다. 이스라엘의 봉쇄 이후 가자지구에 갇혀 있던 외국 여권 소지자 360여명과 팔레스타인인 중상자 81명이 라파 통로를 통해 이집트에 입국했다. 2일에는 한국인 가족 5명을 포함해 외국인 약 600명이 2차로 이집트로 이동했다.

라파 통로를 통한 대피 합의를 끌어낸 건 카타르다. 카타르의 중재로 진행된 협상에서 이집트와 이스라엘, 하마스는 외국 국적자와 중상 환자의 가자지구 밖 이동에 합의했다.

카타르는 앞선 인질 석방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마스는 지난달 20일 미국인 모녀 2명을 풀어준 데 이어 사흘 뒤 이스라엘 여성 2명을 추가로 석방하며 "카타르와 이집트의 중재로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또 조만간 "중재자들을 통해" 외국인 인질 여러 명을 석방할 계획임을 밝혔다.

카타르가 중재자로 나설 수 있었던 건 독특한 외교적 위치 때문이다. 카타르는 미국의 주요 중동 동맹인 동시에 하마스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 이후 대부분의 아랍국가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에 등을 돌렸다. 카타르는 이들 국가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이집트 군부 정권에 맞선 이슬람주의 정파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 등은 카타르가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테러 조직을 지원한다고 비난하며 2017년 카타르에 외교관계를 끊겠다고 통보했다. 이들 관계가 회복되는 데는 수년이 걸렸다.

무슬림형제단은 하마스의 모체가 된 조직이기도 하다. 2012년 카타르 수도 도하엔 하마스의 정치 사무소가 들어섰다. 하마스와의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현재는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곳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타르는 하마스의 '돈줄' 역할도 톡톡히 했다. 국제사회는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재정적 여유가 있는 카타르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카타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의하에 가자지구에 수년간 재정적 지원을 해왔다. 하마스 정부 공무원의 급여도 카타르의 지원금으로 지급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과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부 장관/로이터=뉴스1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과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부 장관/로이터=뉴스1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서방 국가에 중요한 에너지 공급국이기도 하다. 카타르에는 중동 최대 미 공군기지가 있고, 이는 미 중부사령부의 전진작전 기지로 사용되고 있다. 이 공군기지는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당시 주요 관문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카타르를 미국의 비(非)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요 동맹국으로 지정했다.

지난 9월에는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맞교환에 도움을 줬다. 당시 풀려난 미국인들은 이란 테헤란을 떠나 도하를 경유했으며,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한국에 묶여있던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도 카타르 은행에 예치됐다.

CNN은 "이런 관계 덕분에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에서 중요한 중재자가 됐다"며 "일질 석방과 외국인 대피를 위한 협상으로 카타르는 다시 한번 세계 외교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카타르, 하마스에 돈 댄다" 비난

하지만 이스라엘과 서방 정치인들은 카타르와 하마스의 관계를 비난하고 있다. 카타르가 가자지구에 보낸 지원금이 하마스로 흘러 들어가 이들의 군사 능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지난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의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카타르가 하마스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헨 장관은 "하마스 지도자들에게 자금을 대고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는 카타르는 테러리스트들(하마스)이 억류하고 있는 모든 인질을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석방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국제사회는 카타르에 그렇게 행동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쟁으로 가까운 동맹인 미국이 이스라엘 편에 선만큼 카타르도 하마스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중동연구소의 안드레아스 크리그 연구원은 CNN에 "많은 카타르인이 하마스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카타르는 하마스와의 관계에 대한 현실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카타르가 인질 석방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하마스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마슈알 빈 하마드 알사니 주미 카타르 대사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하마스 사무소의 존재와 지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면서 "카타르는 중동의 정직한 중재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타르의 자금은 가자지구의 200만 주민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데 사용되며 자국의 모든 인도적 지원은 팔레스타인 가정에 직접 전달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