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권" "국경 막아"…폭탄 위협에도 투표소 줄지은 美유권자들

"여성 인권" "국경 막아"…폭탄 위협에도 투표소 줄지은 美유권자들

이영민 기자
2024.11.06 11:41

[미국 대선]

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디어본 장로교회에는 3살 소년 제인이 아버지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AP=뉴시스
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디어본 장로교회에는 3살 소년 제인이 아버지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AP=뉴시스

미국 47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 투표가 진행된 5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은 해가 뜨자마자 학교 체육관, 도서관, 법원, 교회 강당 등 전국 곳곳 투표소에 줄지어 섰다.

이날 외신을 종합하면 투표소 관계자들은 여러 돌발상황에도 불구하고 전국 투표 과정이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카고 등 일부 지역에서는 몇 시간 동안 줄을 설 정도로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미시간주 디어본의 디어본 장로교회에는 3살 소년 제인이 아버지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아버지는 제인을 어깨에 앉힌 채 투표 방법을 보여주며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를 행사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뉴욕주 로체스터의 한 유권자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어린 시절 모습이 있는 티셔츠를 입고 투표에 임했다. 그는 로체스터에 있는 마운트 호플 묘지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가 수잔 B. 앤서니의 묘비에 '투표 완료' 스티커를 붙였다. 앤서니의 묘비는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남기고 간 투표 인증 스티커 수백장으로 덮여있었다. 앤서니는 1872년 11월5일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 대통령 선거 투표를 강행해 미국에서 '우리 모두의 어머니'로 불린다.

 5일(현지시각) 미 뉴욕주 로체스터에 있는 마운트 호플 묘지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어린 시절 모습이 있는 티셔츠를 입은 한 유권자가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수잔 B. 앤서니의 묘비에 '투표 완료'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로 불리는 앤서니는 1872년 11월 5일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 대통령 선거 투표를 강행했으며 이로 인해 100달러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AP=뉴시스
5일(현지시각) 미 뉴욕주 로체스터에 있는 마운트 호플 묘지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어린 시절 모습이 있는 티셔츠를 입은 한 유권자가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수잔 B. 앤서니의 묘비에 '투표 완료'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로 불리는 앤서니는 1872년 11월 5일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 대통령 선거 투표를 강행했으며 이로 인해 100달러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AP=뉴시스

이날 해리스에 투표했다고 밝힌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여성 생식권과 인종차별 문제였다. 워싱턴주에서 올해 처음 투표를 한 코스타 아리스티데스(18)는 해리스를 투표했다며 "여성 생식권과 트랜스젠더의 권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리스에 투표했다는 39세 여성 맨디 스미스의 관심사도 여성 생식권이었다. 그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주 경계를 넘어 낙태 수술을 받아야 했던 사람을 안다"며 "임신이 사형 선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주에 사는 멕시코 출신 32세 트럭 운전자 노엘 소토는 미국 시민으로서 처음 투표에 나섰다. 그는 "인종차별 때문에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투표에 임하면서 가족을 위해 인종차별에 맞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5일 선거일에 유권자들이 애리조나 주 친리에 있는 나바호족 거주 지역의 투표소 밖에서 투표용지를 넣기 위해 줄을 서 있다. /AP=뉴시스
5일 선거일에 유권자들이 애리조나 주 친리에 있는 나바호족 거주 지역의 투표소 밖에서 투표용지를 넣기 위해 줄을 서 있다. /AP=뉴시스

반면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었다는 사람도 많았다. 워싱턴주 야키마 카운티의 첫 투표자인 30세 여성 줄리 에스피노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돈을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 쓰는 것 같다"고 불만을 보였다. 처음 투표에 나선 23세 여성 하모니 바라하스도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부패 정도는 비슷하다고 느낀다"며 "그나마 트럼프의 소통 방식이 더 직접적이라고 느껴서 그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불법 이민자 문제를 트럼프 투표 이유로 꼽은 이들도 많았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헤더 토마스(49)는 "열린 국경은 우리나라의 종말을 의미한다"며 "바이든과 민주당원들 때문에 국경이 미칠 정도로 넓어졌다"고 비판했다. 조지아주 메리에타에 사는 테리 발코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싶다"며 "바이든과 해리스는 우리 시민을 보호하는 데 너무 태만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폭탄 위협·악천후 예보에도…일부 경합주 투표율, 지난 대선 넘어서
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링컨-레밍턴-벨마르 지역에 있는 피츠버그 소방차 회사 건물 내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AFPBBNews=뉴스1
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링컨-레밍턴-벨마르 지역에 있는 피츠버그 소방차 회사 건물 내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날 조지아주,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몇몇 투표소에는 폭탄 위협이 있었다. FBI는 모든 폭탄 위협 이메일이 러시아 도메인에서 발신됐으며 신뢰할 만한 위협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미시간주 노스빌 한 투표소에서는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낮 12시쯤 투표소를 폐쇄했다.

미국 중부 지역은 기상 악화로 투표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주리주, 아칸소주, 일리노이주에는 지난 4일부터 지속적인 폭우가 내려 도로가 침수되고 수천 건의 정전이 발생했다. 루이지애나주 일부 지역은 강풍과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는 강한 한파가 예보됐다. 서부 캘리포니아는 5일 오전부터 건조한 공기와 돌풍으로 인해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대비에 나섰다. 캘리포니아 전력 생산 업체는 화재 대응으로 5개 투표소 전원을 차단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 발전기를 제공했다.

한편 이날 일부 경합주에서는 투표율이 이미 지난 대선을 넘어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바다주에서는 투표 마감 4시간 전에 12만9000여명이 직접 투표했다. 2020년 대선 당시 최종 투표수 15만8007명과 비교하면 올해 투표 인원이 지난 대선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조지아주 예상 투표수는 110만표로, 지난 대선 당일 투표수 97만5000명을 넘을 전망이다.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에 따르면 우편투표와 투표소 투표를 합한 사전투표수는 이날 기준 8293만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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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기자

국제부에서 세계 소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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