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떠나는 중국 부자들…"8억 투자할게" 두바이로 향하는 이유

싱가포르 떠나는 중국 부자들…"8억 투자할게" 두바이로 향하는 이유

정혜인 기자
2025.11.10 15:04

中 부호들, 싱가포르의 이민·투자 규제 강화에 불만…
UAE, '10년 거주' 골든 비자로 新 자산피난처로 부상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중국 부호들의 새로운 자산 피난처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두바이 야경 /AFPBBNews=뉴스1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중국 부호들의 새로운 자산 피난처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두바이 야경 /AFPBBNews=뉴스1

싱가포르를 떠나 중동으로 향하는 중국 부호들의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이민·투자 규제 강화에 피로감을 느낀 중국 자산가들이 중동 지역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새로운 '자산 피난처'로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민간은행과 초고액 자산가 자문업계 등을 인용해 "최근 (싱가포르 내) 중국 자산가들 사이에서 두바이와 아부다비 이전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다"며 "이들은 패밀리 오피스 설립으로 현지 시민권 또는 거주권을 얻으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패밀리 오피스는 고액 자산가 또는 부유층 가족의 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운영하는 조직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의 글로벌 자산설계 및 패밀리 오피스 자문 총괄인 매니크 탄은 FT에 "중국 고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장기 거주권 취득과 생활 안정성"이라며 "이런 점에서 UAE의 골든 비자는 매우 매력적이다. 특히 세금 측면에서 외국인에게 우호적이고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UAE는 외국인 투자자, 인재 등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10년 거주권을 제공하는 '골든 비자'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투자자 신분으로 골든 비자를 취득하려면 UAE에 200만디르함(약 8억원) 규모의 금융, 부동산 등의 투자를 진행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매년 25만디르함 규모의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단 투자액은 대출이 없는 자금만 인정된다. UAE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골든 비자 건수는 15만8000개로, 전년도(7만9617개) 대비 약 2배 늘었다. 2023년까지 골든 비자 혜택을 받은 외국인은 주로 인도, 러시아, 파키스탄 국적이었다.

/사진=챗GPT
/사진=챗GPT

최근에는 두바이 골든 비자 취득을 문의하는 중국인 수가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두바이의 역외 금융센터 내 패밀리 오피스 관련 법인의 수는 1000여개에 달했다. 이는 2024년 말 기준 800개에서 200개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의 연간 증가량(600개→800개)과 같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늘어난 법인 대부분이 중국 부호들과 관련됐을 것"이라며 "중국인 고객 급증으로 중국어를 구사하는 금융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FT는 "두바이의 패밀리오피스 시장이 중국인 자금 유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싱가포르와는 격차가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패밀리오피스 수는 2000개 이상으로 집계됐다.

중국 부호들의 중동 이민 행보는 싱가포르의 이민자 규제 강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싱가포르의 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싱가포르는 이민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 이들은 올바른 사람이 자국에 거주하는 것을 보장하고 싶어 한다"며 "싱가포르에 패밀 리오피스를 설립해 취업 비자를 받는 것은 쉽지만 장기 거주 비자나 시민권을 받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돈세탁 사건으로 이민자 심사를 더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민 컨설턴트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싱가포르의 신규 영구 거주권 및 시민권 승인율은 8.25%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행한 엄격한 봉쇄 정책도 싱가포르의 자산 피난처 매력을 지우는 데 한몫했다. 두바이·아부다비 자문업체인 M/HQ의 얀 므라젝 매니징 파트너는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경험한 코로나19 봉쇄가 중국 부호들의 중동 이주 관심의 시발점이 됐다"며 "최근 상당수가 싱가포르 내 부동산을 매각해 UAE에 재투자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기업가들도 중동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FT는 "UAE의 세무·감독 정책은 다른 국가들보다 완화적"이라며 "현재 두바이 규제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은 가상자산 기업만 39곳"이라고 전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올해 36개의 디지털 결제 라이선스를 승인했지만, 올해 여름부터 무허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단속은 대폭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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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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