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정상회담 이후로도 중국이 당장 엔비디아의 AI(인공지능) 칩 'H200' 수입 문호를 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중국이 엔비디아 칩에 종속되면 자국 칩 기술 개발이 지연될까 우려한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일각에선 중국 내 AI 수요 2차 폭발과 엔비디아 칩에 문을 여는 시점이 맞물릴 것으로 내다봤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나면 (H200에 대한) 시장이 개방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측)지도자들과 몇 차례 대화를 나눴고 앞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H200 칩 수입 허가가 당장 이행되기 어렵단 뜻으로 풀이된다.
당초 황 CEO의 트럼프 대통령 방중 합류는 미중 정상이 H200의 중국 수입을 본격 논의할 신호로 해석됐다. 엔비디아의 H200은 초고성능 버전 블랙웰 바로 아래 단계 AI 칩이다. 미국은 지난해 말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했지만 중국 당국이 구매에 사실상 제동을 걸면서 실제 판매는 묶인 상태였다.
그러나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H200 수입 허용 여부는 중국의 주권적 결정"이라고 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후 "그들(중국)이 (H200) 구매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황 CEO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쐐기를 박은 셈이다.
원인은 중국의 자국 칩 생태계 구축 의지다. 앞서 관영언론은 최첨단 칩이 아닌 H200의 수출을 통해 중국을 미국 AI 생태계 안에 가둬 중국의 첨단 칩 제조 발전속도를 늦추려는게 미국의 의도란 논평을 내놨다. 이번 베이징 정상회담 후 미국 측에서 나온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자신들만의 것을 개발하려 한다"고 했고 황 CEO 역시 이번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 시장을 얼마나 보호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양국의 칩 기술 경쟁이 이번 정상회담의 뜨거운 감자였단 점이 확인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이 마냥 엔비디아 칩 수입에 완전히 제동을 걸긴 구조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례로 엔비디아 칩을 통해 AI 학습과 추론, 고성능 연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토록 만든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CUDA'의 장악력이 워낙 견고하다. 유럽 싱크탱크 메릭스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대부분의 AI 모델은 CUDA 기반이어서 다른 칩으로 전환하는 비용이 매우 크다"며 "화웨이의 플랫폼은 아직 CUDA만큼 성숙하지 못했고 사용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중국으로선 자국 칩 생태계 구축을 위해 벌어야 할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져 오히려 전반적 AI 산업 성장에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는 셈이다. 중국이 정치적, 전략적 시간을 벌고 있을거란 해석도 있다. 중국이 정상회담 직후 H200 구매를 발표했다면 중국 AI 기술이 아직 미국 칩 없이는 자립을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PICK!
AI 업계 일각에선 엔비디아 칩 수입 허용 결정이 내려지는 시점에 중국 내에서 AI 수요가 본격적으로 폭발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중국의 AI 수요 자체는 부족하지 않은데 오히려 H200 수입 제한으로 대표되는 칩 공급 규제 때문에 수요가 억눌려 있단 것.
현재 중국 AI 시장은 딥시크 등을 통해 1차 확산이 진행된 상태로 기업용 AI와 AI 에이전트, 자율주행과 같은 대규모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황 CEO도 중국 내 칩 수요가 막대하단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 칩 수입이 시작될 경우 억눌렸던 수요가 터져나오며 연쇄반응이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 시장의 관심은 오는 20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 쏠린다. 이 자리에서 AI 칩의 중국 시장에 대한 판매 관련 추가 언급이 나올지 주목된다.